1597: 코스모스
2014.10.17 18:25
영혼일기 1597 : 코스모스
2014.10.17(금)
독일 누님부부가 귀국하셨다.
모처럼 형제자매들과 함께 어울려 가을 나들이에 나섰다.
먼저, 남양주시 강변북로에 있는 초대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다투어 찾는 음식이 한정식이다. 더군다나 오랜 외국 생활을 하신 큰 누님 부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분들은 늘 가을에 귀국을 하신다. 젊은 날, 피 땀 흘려 수고한 수고 보람을 이젠 만끽하고 계시는 분들인데, 만국을 돌아다녀 봤지만, 고국의 가을이 제일로 좋다고 하신다. 높고 깊고 맑은 가을하늘하며, 고구마, 단감, 배와 사과 등등 풍성한 가을 먹거리는 그 어느 땅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고향만의 진미라신다. 초대 한정식 입구에 진친 노점에서 파는 구운 현미도 일품이라며 식사 후에 한 봉지 씩 동행인들에게 선사하셨다. 이 가을의 열매들을 몸집을 가볍게 손봐서 한껏 가져가실 요량으로 요즘 분주하시단다.
점심 후에, 그곳에서 가까운 구리한강시민공원으로 향했다.
코스모스
처처에 만발한 코스모스로 가을이 만개했다
신이 만든 최초의 꽃.
첫 작품 코스모스가 미흡해 늦가을 국화로 마무리하셨다지
첫 순정을 외면한 오메가 사랑을
코스모스는 다 채우지 못해
호리호리
님 허기로 목 뺀
하늘 당신의 첫사랑
금간 첫사랑의 화신(
금단의 열매처럼
돌연 표독스럽게 고고해진
저 하늘을 향해
그 사랑을 잃은 지
천 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수공방 서늘한 자태로
파르르 떨며 하늘하늘 흐느낀다
사랑을 잃었으나
잊힐 리 없는 사랑에
몸 가눌 수 없는 저 진저리
가없는 연모로
화심(花心)이 팔방으로 찢긴
소(小) 우주의 민낯
홀로 견디기 어려워
첫사랑을 못 잊는 이들이
하늘이 닫히는 동토의 계절이 오기 전에
한 무리로 변색 없이 흔들리며
하늘의 하늘을 더 무안하게 하고 있는
첫 순간이 눈 먼
시작도 없어 끝도 없는
분칠 없는 저 첫사랑의 삽화
테러리스트
우리는 탐했다.
코스모스 곁에 한 치라도 더 다가서고자
방어망을 넘어
꽃술의 나비처럼 접사 촬영을
시도하려 들었다
누나가 그랬다
나, 독일사람이야
들어가지 마라, 는 데......
그런 그녀를 우리는
공생공사
한국적 자유민주주의
우리 식으로 끌어 들였다
순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낯선, 호루라기 소리
독일사람,
그녀에게 미안했고, 무안했다
독일사람 된, 그 누이와
동일한 골수 조직을 타고 난
단군의 후예들은
밤에,
판교 어느 공연장 옆
환풍구에 올라탔다가 자진 테러를 가해
반칙 패 당한 이들에 대한 뉴스가 쏟아졌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못 넘을 금줄 없는 무분별한 민족적 정분으로
행여, 내가 그 꽃 담장을
군홧발로 타고 넘던 시각에?
아~아
우리, '테'한민국
나도 그 무리에 속한
속절없이 단풍처럼 물든
테러리스트
또 타고 넘고 싶다
소나기 원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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