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6 : 호의 착복
2020.02.16 09:22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섰다.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옷을 한 벌 골랐다. 파카 한 벌. 니쿠사쿠(Rucksack)도 하나 골랐다. 외우 황 장로의 강권에 의해서다. 친구의 배려가 헌옷처럼 편했다. 파카를 고른 이유는 외투가 없어서가 아니다. 가죽 외투가 있지만, 있으나 없는 옷이기 때문이다. 주고받은 관계가 뒤틀어지면 비단 금침도 편치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거북해진 양복을 입을 수가 없어서 내 홈피에 원하는 분 가져가라고 공지해 내 불편을 귀책사유가 없는 이에게 떠넘긴 적도 있었다. 칼칼하고, 청백한 내 성질 머리 때문에 나는 아무 옷이나, 까닭 모를 호의를 착복하지 못한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는 말씀이 내 경우 이같이 적용 되기도 한다. 한 벌 옷 마저 강탈 당하신 예수께서, 두 벌 옷을 챙기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이유를 나는 내 결벽증적 해석으로 이꼴로 받아 들인다. 하여, 이 옷이 불편해지지 않는 우정을 반드시 이어갈 것을 굳게 다짐한다. 하해와 같은 그 도량을 구하며.
2020.02.13(목) 오후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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