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3: [천태산 생태시 원고]
2020.08.09 08:57
[천태산 생태시 원고]
그윽한 산(山)
김성찬
다투어 몰려들어
귀 허적허적 씻고 손 탈탈 털고
속내 휘적휘적 헹구어
제 허리 흠집 낸 천년 세월에도
시원림처럼 여상하여
아침까지 산마루에 걸쳐 앉은 시비도
물안개처럼 밤새 피어오른 막연한 의구심도
굽이굽이 휘어진 산길처럼 제자리만 맴도는 미움도
백송에 엉겨 일생 나부끼는 새털 같은 염려도
땅강아지 같이 제 살을 파고드는 다툼도
쉬이 가시지 않는 땅거미 같은 원망도
밤새 돋은 소름 같은 가시도 없는
드넓고 맑아높은 하늘을 골깊이 품어
눈 귀 입 없고 처댈 앙가슴도 없는
그늘 없는 어머니의 아늑한 품처럼
그윽한 산이
무릎으로 우러른 면전에
어제 같은 내일로 우뚝 솟아 있다
김성찬 _ 서울과기대 대학원 문예창작과(현대시) 수료, 수필집 <살며 견디며 사랑하기>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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