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9: 이것이 인간인가?
2021.10.11 19:02
4139
후배가 은퇴를 앞 둔 내 안부가 궁금하다며,
그 바쁜 시간 짬내어 우리 동네까지 와서 점심을 사줬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러가는 사람, 그 누가 관심이나 두겠는가?
제 머리털로 내게 신을 삼아줘도 부족할 만큼, 지 어려울 때 살려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집 앞에 차를 대던 어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간교한 배신과 터무니없는 살인적 음해 공작질 때문에, 늘그막에 인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데, 내가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 후배가 일부러 찾아 와 날 접대했다.
인간 신뢰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간교한 아간이 암약하는 동네에서
사람도 희망이라는 불씨를 그 후배는 다시 내 가슴에 불러일으켜 줬다.
김미도 선생의 포스팅을 여기 인용해 본다.
<"우리 주위에도 엘리아스를 닮은 사람들, 그 씨앗을 지닌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목적도 없이, 모든 형태의 자기절제와 양심을 결여한 채 살아가는 개인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엘리아스처럼 그런 결함들 '덕분에' 살아간다." 다음 주 대학원 수업 때문에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다시 읽다가 확 꽂히는 부분이다.>
그 능란한 아간질에도 불구하고,
그 간교한 아간질 덕분에 살아 역사하는 악령
“내가 찬양하는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옵소서 /2 그들이 악한 입과 거짓된 입을 열어 나를 치며 속이는 혀로 내게 말하며 /5 그들이 악으로 나의 선을 갚으며 미워함으로 나의 사랑을 갚았사오니 /6 악인이 그를 다스리게 하시며 사탄이 그의 오른쪽에 서게 하소서 /19 저주가 그에게는 입는 옷 같고 항상 띠는 띠와 같게 하소서 /20 이는 나의 대적들이 곧 내 영혼을 대적하여 악담하는 자들이 여호와께 받는 보응이니이다(시109:1,2,5,6,19,20).”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롬12:1).”
시109편의 진노로 진노하실 하나님께 맡기자.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신앙공동체를 신앙공동체로 세우고자 하심에 있어,
나보다 더 열망하시는 하나님의 진노에.
이런 문자도 날아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카합21455 사건기일을 안내드립니다. 10월 6일(수) 15:15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제358호 법정[1번 법정출입구 이용]에서 심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무개>
먼지털이식 고소고발을 당하고 있는 아무개의 신문고 소리를 듣고도, 그곳에 가주지 못했다. 발등의 불 때문이었다. 늦은 오후 아내의 건강 관리를 위해 병원에 들렸다가 돌아오던 길에, 거의 1년 만에 동네 탁구장에 들러, 몸을 풀었다. 돌아 와 흠씬 젖어 불어 난 몸의 때를 간만에 시원하게 밀었더니, 개운한 몸이 공중 부양하고 있다.
페북을 열어 엊그제 올려놓은 하임이 젖 빠는 영상을 들여다 보며, 이뻐 죽고 있다. 이뻐 죽고 있다. 이뻐 죽고 있다, 있어 히죽히죽
2021.10.06(수) 오후 9시 21분이다. 여우비가 내린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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