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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혈액형이 O형이다. MBTI 성격유형에서는 ENTJ(지도자 형)이다. 히포크라테스의 기질 테스트에 의하면 나는 우울질 특징 (melancholic temperament)과 다혈질 특징 (sanguine temperament)이 섞여 있는 듯 하다. 우울질 특징이 더 강한 것 같다. 다혈질 특성은 사교적, 활동적, 외향적, 열정적, 무대체질, 낙천적인 반면, 우울질의 특성은 사고적, 예술적, 내향적, 분석적, 완벽 추구, 비관적이란다.

 

뒤끝 없으나 앞끝이 강한 다혈질 유형인데, 반해 다소 완벽을 추구하는 데에서 기인한 우울이 내 뼛속 깊이 배어있다 여겨진다. 뒤끝 없는 앞끝만 있어 늘 결과적으로 나만 손해를 보는 일생을 살아 왔고, 살아갈 것이다. 그 단초가 실리와 실속과는 거리가 한참 먼 공분을 홀로 앞장서서 표출한 의분에 있다. 사람 좋아하는데 사람 없어 쪼들리는, 사람 가난에 늘 처하지만, 내 본질적인 문제는 내가 혼자 놀지 못하는 혼밥 시대 적응 불능자라는 점이다. 고독력을 키워왔어야 하는데 고독의 근력이 영아처럼 부실하다. 허나, 울면 젖을 주는 엄마가 있는 영아가 아니기에, 엄마도 없는 하늘 아래 홀로 늙어갈 일이 내게 태산 준령이다. 하여, 더 외로워지기 전에 서둘러 가고 싶은 욕망(?)이 크다. 은퇴와 함께 본향으로 부름 받는 영혼의 복락을 나는 희구하고 있다.

 

덧없는 세상살이에서 나그네처럼 사는 동안(시119:54),  

말씀을 수정해 본다.

덧없는 세상살이에서 나그네로 사는 동안.

 

그래 나는 나그네다. 나그네. 

 

“여행자의 자유로움과 여유는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아니라 보장되어 있는 귀환에서 비롯한다. 그렇지 않을 때 낯선 세계는 동경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 세계에서 상처를 입은 이도 이 세계에서 떨어지는 것을 겁낸다”라고 이승우는 그의 소설 <<캉탕>>에서 읊조린다. 

 

보장되어 있는 귀환, 화려한 크루즈 여행을 했거나 징용에 끌려가 짐승처럼 대우를 받았을지라도, 그 어떤 경우에라도 보장되어 있는 귀환이 복락이다. 돌아 갈 집이 구중궁궐이 아닌 비록 초가삼간일지라도 내 집처럼 편안한 곳이 없음을 귀환자는 고백한다.  

 

귀환을 재촉하는 나그네. 성경이 나를 나그네의 정체성을 갖도록 인지시켜 줌에 늘 감사해 마지 않는다. 그래 우리는 본질상 나그네다. 상처 뿐인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그 고향 숲속으로 숨어든 자연인의 행복. 벌 받은 일을 저질렀어도 돌아 갈 집이 있는 아이처럼, 비록 탕자처럼 아버지를 배반하고, 주지육림 속에 제 인생을 탕진했어도, 끝내 돌아 갈 본향이 있음에 게다가 탕자보다 탕자의 귀향을 더 희구하는 아버지가 있다함에, 귀환을 재촉하는 내 발걸음이 가볍다.  

 

단지,

심판의 표준과 근거가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 그 신음에 감응한 것이라기에 

남 적선한 양파 한 뿌리만이라도 손에 쥔 연후의 귀환이길 바라는

 

그리도 죽고 싶어?

반문하는 그녀의 눈시울이 눈물 자국으로 흥건하다. 

 

아침부터 

 

2021.05.3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