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8: 시 신탁
2023.12.03 16:25
5238시 신탁
27개월 영아가
색깔 구분에 숫자와 영어 알파벳을 줄줄 왼다
단순 암기력이 발산되고 있다
엊그제
엄마가 마트에서 사온 바나나 한 송이를 받아 들고
한참 서 있더니
무거워, 그랬다
영아가
무게감을 느낀다니
기억하여 외운 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영아가
말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가볍고 무겁다는 생의 무게를 감지해 냈다 하니
실로 깜놀이다
무거운 걸 무겁게 받아들이는 영감이
그 빛을 발한 거다
새가 하늘을 난다고 무게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뼈에 송송 뚫린 구멍 구멍 들
비우고 비움으로 날고 있다는 말
자신의 죄짐의 무게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바닥에 붙어 사는 빨판 인생
성년 아이들에게
영감靈感으론 이미 영감令監인 어른의 아버지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내지르는
신탁이다
2023.11.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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