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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0더조이유니언 이야기 414 최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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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서로돕기운동 연합 더조이유니언(대표: 김성찬 목사) 이야기
제목 : 제 몸까지 사른 도시의 화전민
대상 : 최은혁 목사(故 이영란 사모 부군, IMC교회)
후원금 : 100만 원
일시 : 2023년 11월 30일(목)
경황이 없었다고 답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그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다.
그녀의 찬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녀의 죽음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말이다. 꿈이라 여겼다는 말이다. 꿈이어야 했다는 말이다. 땅에 묻었으나, 아직 맘에 묻지 않았다며, 찾아오지 말라는 데에도, 굳이 찾아가는 이 무례.
행여, 그녀가 내 죽음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던 걸까? 젊은 아내를 먼저 보내는 일이 면목 없는 일이라 여겨, 남편이 무책임한 가장이라고 비난 살 커밍아웃을 하지 말라고, 그녀가 신신당부했던 걸까?
아니, 지하 교회당에서 숨져간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해빙되지 않아서였을까? 도시의 화전민으로 살아가는 메트로폴리스 개척교회 목사들은 자비량 선교를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없이 열려 있는 자비량 선교 수단과 도구들. 목사 부인이 가야금을 뜯으면 저속하다고 비방하지만, 플루트를 불면 우아하다고 칭송해 대는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고딕 양식 교회당 지기와 당회원들이 자비량 선교를 하는 남편 목사를 격려는 못 해줄망정, 투자한 개척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섰을 적에, 그녀의 머리가 하얘지지 않았을까? 이영란 사모는 뇌암을 앓다가 소천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교회를 앓다가 통증 없는 아버지 품으로 서둘러 갔다. 미인박명이라는 말도 그녀는 지켜냈다.
몇 달 전 우연히 그 교회 옆을 지나가다가 교회를 둘러보러 지하로 내려갔었다. 그날도 그는 소년처럼 해맑기만 했었다. 그땐 이미 아내의 병이 꽤 깊었던 시점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그 천연 미소에 다들 속아 넘어간 거다. 지난 11월 4일 소천했다 하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11월이 채 가기 전에 조문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끝날은 과연 큰날이다.
제 몸까지 사른 도시의 화전민. 보릿고개에 굶어 죽은 자식 땅에 묻지 못한 부모처럼, 후진하다가 자녀를 과실치사한 어느 택시 기사처럼, 백년해로와 동혈同穴 언약 반 토막 낸 직무유기, 그 깊은 회한으로 그는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있었다. 아직 그 사흘째 날 새벽이 오지 않은 것 같다. 미쳐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빈 무덤의 신비. 앓으니 사람이다. 살아 자신을 순장하고 있다. 애처가 최은혁 목사는, 겨우 50세다. 故 이영란 사모는 향년 46세였다.
그 무엇으로도 위로될 수 없을,
이 상실의 계절,
다시 꽃은 피리니,
부디,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굳게 서길 기도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멘‘ 하며 갔을,
故 이영란 사모를 깊이 애도하며—,
2023.11.30(목)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