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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5 : 시 유레카

2023.12.10 12:34

관리자 조회 수:72

5245시 유레카 

 

3차 대전을 치르며

유레카*
리벤져스**는 시베리아에서만 암약한다는 증거를
알몸으로
꽃핀 찬피에서 발견했다
누구나 죽을 날 만은 정확히 지키듯
마지막 남은 팍스로비드*** 세 알을
정시에 빈 속에 털어 넣고
한기를 제압하려고 겹으로 입었던
내의들을 다 벗어
펄펄 긇는 물에 수장시키고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휙 돌려
수압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샤워기 헤드에서 불화살이 쏟아진다
적벽대전 조조가 퍼붓던 표적 잃은 화살이다
살이 탄다
태우고 또 태우나
화사花蛇처럼 껍질만 태웠구나
물만 찍어 바르던 몸에도.
바디 워시를 이태리 타올에 묻혀서
칼칼이 구석구석 씻어내보지만
오일째다
다시 정전 모드로 전환 하는 중
자구책이 없어 종전 선언을 거부하는 한반도다
매 번 연례행사로 허물을 벗어야 하는
찬피 동물의 숙명을 거스릴 힘이 없다
베란다 영창에
훌훌 알몸을 기대고
하늘 아침 볕에 냉골을 데우고 있다
———
* 깨달았다'는 의미로,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에 섞인 금과 은의 비율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심하던 중, 목욕할 때 욕조에 들어가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비중의 개념을 깨달아 알몸으로 뛰어가며 외친 말로 유명하다.
** revengers 되갚는 이들
*** 코로나19 치료제

2023.12.05(화) 코로나19 감염 격리 오일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