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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8: 크리스마스 선물 16/06/24

2017.06.24 08:56

김성찬 조회 수:6

2268:
2016.06.24

길가다가
돈 3만5천원을 주웠다.
눈에 밟히는 돈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딱히 그 누구에게 죄를 전가할 틈새도 
좀체 발견할 수 없었다

하늘의 눈만 번뜩였다
하는 수 없이
112에 신고했다.

약속 시간 꽉 채워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시간의 톱니 하나가 빠져 나가 엉킨 시간

무려 20분이나 지나서 경찰차가 왔다

그 영겁, 별의별 바람이 다 스쳤다
그냥 지나쳐 버릴 걸 막심한 후회에서
이후로는 억만금을 발견해도 그냥 모른 척하기로
단단히 맘을 다졌다. 

심문이 이어졌다.

니 죄는 
돈에 눈을 밝힌 이브의 개안 같고
득달같이 남의 돈을 제 주머니에 쓸어담은 
니 날랜 행동거지는 
무저갱으로 핸들이 꺾인 발빠른 탐욕에 다름 아니다

그 주제에
서푼도 안 되는 착한 척으로
공권력을 남용하게 하는
니 꼴이 가소롭고 못마땅하다는 식으로

주민등록번호부터 
집 주소까지 은밀한 인적 사항을 
탈탈 털었다

장 발장을 좇는 형사 자베르마냥

순간
아찔했다

만일
내가 수배 중인 사람이었다면••••••

그래, 
착한 일도 착한 사람만 할 수 있음을 
섬뜩하게 인지했다

순간 
난해 구절이 해석됐다

길 가다가 
강도 만난 이웃을 외면해 버린
레위인과 제사장은
무슨 혐의를 받고 있었길래
동족이 죽어가는데도 고개 확 돌려버린 채
줄행랑을 쳤을꼬

예루살렘의 순사들은
눈먼 자들을 색출해내려
그 밤
성전 미문에
바리게이트 쳐놓고 불심 검문을 하고 있었음에


2016.06.2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