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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7 : 시 왜냐하면

2023.09.03 13:43

관리자 조회 수:0

5117 시 왜냐하면
 
덮는 게 아닙니다 덮을 수 없습니다 덮혀지지 않습니다 쾅쾅 밟아대지만 묻을 수 묻어 버릴 수 묻힐 수 없습니다 밤이 깊어간다고 밤이 끝나는 게 아니듯 떼 덮었다고 숨죽일 무덤이 아닙니다 강시처럼 반드시 되살아나 깊어갈수록 잠들지 못한 밤처럼 깊은 게 깊음입니다 깊게 파내려 갈수록 그만치 솟구쳐 오르는 봉분 막을수록 커지는 묘혈에서 산발한 밤이 튀어나와 천지를 뒤집습니다 기어이 끝내 끝까지 혈관을 뚫고 가죽을 뚫고 신심信心조차 뚫고 마그마처럼 마구마구 분출하고 맙니다 예외 없이 온난화를 견디지 못한 지구처럼 무생물도 발악하며 누를수록 튀어 오르는 자연법칙보다 승한 게 없는 매혹적인 세상입니다 한 세상의 잠꼬대가 유독 심한 밤입니다 홀로 이룰 단잠이란 없나 봅니다 참 공정하고 공평하며 정직한 밤입니다 머리끝이 바짝 곤두서는 걸 보니 가슴의 피가 베갯잇을 적신 걸 보니 운 좋게 이제는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무친 원한이 천식처럼 쿨럭이다가 제풀에 지쳐 숨이 잦아들었나 봅니다 잦아 들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2023.08.1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