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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5 : 김옥성 시인

2023.09.03 14:03

관리자 조회 수:20

5125 김옥성 시인

 

 

시인의 말|

쉰 살이 되어 천명(天命)처럼 첫 시집을 묶는다
볕 좋은 봄날
응달의 잔설을 들여다보듯
내게 허락된
일몰을 사랑해야겠다
일어나 다시 걸어가야 할 때다
비로소 먼길 떠날 채비를 다한 기분이다
2023년 1월 죽전의 법화루에서 김옥성
시인이자 국문과 교수인 김옥성 님께 그분의 첫 시집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를 보내주셨다. 시인 분들에게 이젠 왕왕 시집을 선사받는다. 쑥스럽고, 미안하다.
|시인의 말|에서 윤동주의 <서시>가 오버랩 되고 있다. 황망 중에 잊힌 생의 과제를 내게 복기시켜주고 있다. 첫 시집이라는데 마지막 시집 같다. 유언처럼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네 삶의 모법 답안지다.
그동안 너무 분주했었다.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더 본질적인 것으로 채우는 자기 침잠의 시간이 없었다.
시인 김옥성의 시집 제목이기도한 시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를 음미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왜 너의 붉은 육신을
먹어야 하는가
나는 언젠가
너를 먹지 않을 수 있을까(부분)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란, 피의 허기를 앓는 생명들이 고뇌하지 않을 수 없는 생의 과제다. 영원히 풀 수 없는, 풀 길 없는, 실상은 고뇌하지도 않는, 고뇌가 사치 같은 기실 과분한 고뇌다. 과분하다.
도살된 생명은 비단 황소만이 아니다. 황소가 거센 혀로 훑어 삼켜서 되새김질까지 해버린 풀들도 기실 도살된 황소다.
그 피가 맘속에 큰 증거 된다,는 찬송 가사에 죄를 전가시켜서 받는 위로조차, ‘끔찍한 위로’임에 틀림없다.
나는 언젠가
너를 먹지 않을 수 있을까
과분해서 시詩다.
분수 몰라 시인詩人이다.
시인은 늘 넘치는 사람들이다.
과유불급은 시인들에겐 금지어다.
김옥성의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스테이크를 칼질하면서도. 만인이 시인이 될 때까지.
천국은 먹고 마시는 곳이 아니란다.
무슨 재미로 살까?
피도 눈물도 없는 몸으로 다시 산다면,
시도
시인도 없는 곳이라면••••••.
2023.08.25(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