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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6: 어머니의 강

2017.03.24 10:22

김성찬 조회 수:81 추천:1

2166:
2017.03.23(목)

어머니의 강

끝내, 세상과의 불화를 이겨내지 못한 채 
가녀린 당신의 두 팔에 
진 짐 죄다 바통터치를 하고 일찍 떠나 버린
그 당신 대신

뱃이물에 나서서 역류하는 거친 세파를
홀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던 

여긴, 어머니의 강입니다

날치처럼 펄펄나는 두 청춘이
한덩이 쇠처럼
뱃이물과 고물을 강인한 두팔로 움켜쥐고
핏대를 올리며 끌고밀어댔어도

역류하는 생의 험로는 
시도때도 없이
청춘의 기백을 무장해제 시키곤 했습니다

어머니의 강이 말입니다

보트 지기는 
대략 7킬로미터 가량이나 되는
굽이진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감히 어머니의 강에서 팔팔한 자존심 내려놓고
백기들며 하프 타임 휴식을 자청하더이다

만사 홀몸에 이고지셨어도
칠십 평생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었던, 결코 쉬지 아니하셨던

어머니의 강은 

엄살도 핑계도 요령도 휴식도 병상까지도
일점 허락 되지 않는
더더군다나 역류란 꿈도 꿀 수 없이 
천둥처럼 내리치던

차라리 
팍상한 폭포(Pagsanjian Falls)였음에
틀림 없습니다.

허나
거센 역류로 매몰 찬 
어머니의 강은 

정상 정복의 짧은 영광보다
더 값진
장강을 묵묵히 거슬러 올라가는 
그 지난한 여정으로 
더 빛나는 위대한 성취였습니다

팍상한 폭포도
어머니의 강을 닮아
거슬러 올라가는 힘든 과정으로 빛난
동서고금의 명소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연어들이 
전생을 걸고 회귀하는 드세고 거친
어머니의 강이었습니다

길고 험했지만
어머니이기에
넉넉한 

어머니의 강이었습니다

그 일생
숨 죽여 울던 당신의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리는

여긴
천년의 사랑으로 
오늘도 범람하고 있는

분명
어머니의 강입니다

어머니

2017.03.23(목)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