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7: 요양병원에서
2014.09.13 22:09
영혼일기 1557 : 요양병원에서
2014.09.13(토)
요양병원에 누워계신 이경숙 권사님한테 갔다. 50대에 덤벼 든 파킨슨 병을 앓아 오시다가 이젠 그 후유증으로 거동도 못한 채, 병상만 짊어지고 계신다. 그 누군가가 개켜줘야 말리고, 펴지는 이불처럼 피동태다. 입으로 음식을 넘길 수 없어 코를 식도 삼는 튜브로 겨우 견딜만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계신다. 요즘 들어 눈물이 많이 말랐다. 톡 봉숭아 씨방처럼 터지는 눈물도 없다. 피부에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돋아났다. 면역력이 약해진 거란다. 나를 알아보고, 아내도 알아본다. 알아보신다. 차라리 알아보지 못했으면, 의식은 멀쩡한데 몸이 사슬에 묶인 양 침상 된 안타까움에 그런 망령된 생각도 들었다. 이젠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너무 그간 소원해서 발 달린 내가 너무 매정하게 굴어서, 너무 뜸해서. 작은 아들네 집에 가서 살고 싶으시단다. 마지막 밤을 그대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가망이 없는 염원이다. 그래서 아쉽다. 다시 가보고픈 고향, 돌아가고픈 내 집. 집을 앗긴 21세기 저 유목민. 그 집에 다시 돌아가고픈 여망이란 단지 바람 바람일 뿐임을 서로 안다. 혀 마른 발성이 가뭄을 탄다. 홀로 갈급한 혀를 지닌 저 오아시스. 단지 발그스름 귀만 더 밝아져 가는 저 석양 노을.
다 덜어내고
한 줄로 다시 정리하려드는
시구(詩句)처럼
전생(全生) 속수무책이었던 이력(履歷)을
말 줄이고 행간 압축시켜
한 획으로 응축시켜 놓은
수족 묶인 일목요연(一目瞭然)한
저 병상에서
굳히기에 들어 선 겨울 덕장의 동태처럼
뻣뻣해져가는 육필(肉筆)로
회고하기조차 싫은 끔찍했던 한 생을
필사해대느라 몸서리치는
저 필경사
다가서서
머리에 손을 댄다
간병인이 다가와
이불 개키듯 말아 세운다
파노라마처럼 물결치는 주름살로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펼치며
붉어지는 눈시울
터져 흐르는 마지막 염원
혀 마른 외마디 접신(接神)
주~여,
차라리 눈멀고 귀먹었으면
좋겠네,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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