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8: 시/의무 제로
2021.10.28 18:42
4168
책을 읽다가 밀어내고 노닥거리고 있다
물러섰다는
의무 제로 상태를 즐기고 있다
청탁 원고를 거절한지 근 이십 년 이상 됐다
마감 시간이 지옥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책 읽기에서도 이젠 자유롭다
오늘 꼭 읽어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일 읽어도 되고 모레 읽어도 되고
이젠 아예 안 읽어도 된다
그냥 사는대로 살면 된다
은퇴 이후에 대해 골몰할 이유가 없다
이제 내겐 기억 잃은 이전처럼 예측할 이후도 없기 때문이다
없는 이후를 억지로 생성해 내려는 노욕의 미욱함이 우습다
노욕이 허구임을 왜 알지 못하는가
이후 없는 이후가 선사한 부채 없는 여유로움에 그저 흥겹기 그지 없다
기를 써도 의지력으로 날아 오를 수 없었던 숨막혔던 세월 너머
내 의지의 원인 중력에서 벗어 난 여유로움으로
끝없이 열린 하늘을 날아오르는 나는 수소 풍선
아무데도 오갈 수 없었던
삶의 차꼬를 풀어재켜 준 세월의 은덕으로
어디메고 오갈 수 있는 세월 백신 프리패스 되어
천국까지 하시라도 날아 오를 수 있는
귀대 의무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공중부양하고 있다
꽈악 손에 쥐었던 책을 사르르 놓치는 무위자연의 섭리를 짜릿하게 맛보며
막판 가을볕에 몸 녹이는 행복을 한잠 푸욱 젖어 누리며
내뱉는 잠고대, 아듀 라미*
ㅇㅇㅇ
* Farewell, Friend
ㅇㅇㅇ
이공이일 일공이팔 목요일 하오에
오수를 즐기다가 문득,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461 | 1597: 코스모스 | 김성찬 | 2014.10.17 | 3385 |
5460 | 1608: 후크(hook) | 김성찬 | 2014.10.28 | 3367 |
5459 | 853: 릴케의 가을 시 2편 [10] | 김성찬 | 2011.11.12 | 3095 |
5458 | 561: 서울중앙지방회 회원 여러분! [3] | 김성찬 | 2010.07.07 | 2827 |
5457 | 1630: 기(氣) 찬, 마니산에 올랐다. | 김성찬 | 2014.11.18 | 2658 |
5456 | 12 : 불변(不變)의 상수(常數) [1] | 김성찬 | 2008.07.12 | 2546 |
5455 | 740: 詩/ 걸레가 된 성자 | 김성찬 | 2011.06.15 | 2501 |
5454 | 영혼일기 7 : 그의 현현[顯現] [3] | 김성찬 | 2008.06.30 | 2427 |
5453 | 1632: 나만큼 쉬운 사람이 없다. | 김성찬 | 2014.11.20 | 2413 |
5452 | 1629: 거룩한 보존을 구하옵나니 | 김성찬 | 2014.11.17 | 2402 |
5451 | 1603: 미소 천사 고(故) 윤마르타 사모가 | 김성찬 | 2014.10.23 | 2371 |
5450 | 832: 성결네트워크 논객(?)들에게 고함 | 김성찬 | 2011.10.22 | 2343 |
5449 | 792: 영혼을 울린 찬양의 하모니 | 김성찬 | 2011.09.05 | 2312 |
5448 | 761: about 은정이와 애나의 진실게임 | 김성찬 | 2011.07.31 | 2265 |
5447 | 1118: 이동원 목사 선교 설교, '안디옥교회처럼' | 김성찬 | 2012.11.11 | 2254 |
5446 | 182: 고뿔 [2] | 김성찬 | 2009.01.09 | 2254 |
5445 | 1640: 신유, 믿음의 용기로 | 김성찬 | 2014.11.27 | 2232 |
5444 | 1639: 기습, 사랑학 요청에 | 김성찬 | 2014.11.26 | 2189 |
5443 | 488: 개회선언문 작성 완료 | 김성찬 | 2010.01.30 | 2184 |
5442 | 675: “세상에서 제일로 맛난 차는?” [2] | 김성찬 | 2011.03.01 | 21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