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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8: 가슴만 아픈, 못난 선배가 된 하루

2013.05.09 23:42

김성찬 조회 수:788 추천:7



영혼일기 1288: 가슴 아픈, 못난 선배가 된 하루

2013.05.09(목)

 

뜻밖에 후배 목사가 찾아 왔다.

그는 내일 새 임지로 내려간다고 했다. 

 

그동안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맘 아픈 소식을 들어왔다. 

나는 맘속으로 빌었다.

그 문제를 사태 화(化) 시키지 말고,

그 젊은 목사가 힘들고, 억울하고, 분해도

전도유망한 앞날을 생각해서 꿋꿋하게 참아 이겨내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그 가까이에 있거나, 그 젊은 목사가 당하고 있는 어려움에 의분을 발하는 이들에게도 나는 ‘소리 지르지 마’라고 말해 왔다. 의분대로 소리 지르면, 일정한 전리품을 그 젊은 목사가 챙길지는 몰라도 그 이미지가 결국 개에 물린 사람형국이 될 터이니, 그 젊은 목사만 손해 볼지도 몰라. 그냥 참으로라고 해. 그냥 참아야 해. 그리고 새 사역지를 물색해야 해.

 

늙은이하고 젊은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 줄 알아?

늙은이가 이겨.

이유는 볼 장 다본 늙은이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덤빌 터이니까.

 

그런 그가 이제 지방 부교역자로 내려간단다.

그래, 잘 참았다.

 

그런데 사표를 내고 내려가는 그 목사에게 교회는 

아직까지 지난 열 달치나 되는 사례비를 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간 뭘 먹고 살았을까?

 

일하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 / 성전의 일을 하는 이들은 성전에서 나는 것을 먹으며(고전9:9,13) 라는 말씀이 있는데, 그의 목회적 능력 여부를 다 떠나서, 교회와 성도들이 빚을 내서라도 목회자의 생계를 책임져 줘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성도들이 빚을 내서라도.

 

사례비조차 받지 못하는 영육간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건 젊은 목사, 식솔을 거느리고 있는 가장인 목사가 지닌 닭벼슬같은  일말의 자긍심조차 짓밟아 버린 처사다. 사례비도 못 받아 오는 남편 목사, 아빠 목사. 그 가정은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시달렸을까? 가정이 온전했을까? 이슬을 먹고 살아도 누리는 목회자로서의 자긍심을, 그 교회는 철저히 짓밟아 버렸다.

 

나는,

잔인하게

열 달치 사례비 다 잊고, 깨끗하게 발의 먼지까지 털어버리고 내려가라고 당부했다.

그 목회적 상처에서 신속히 벗어나는 길만이 차후 사역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며.

 

그렇게 그를 달래 놓고 돌아 선 밤.

잠이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만일 그 사례비 지급 정지가 그를 교회에서 내 몬 압박 수단이었다면······,

만일 그랬었다면······.

 

이건 그 교회만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방회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서도 그 젊은 목사에게 후속조치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 한다. 행정적 지도 위치에 있었던 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그리고 교회는 원로의 교회가 아님을 분명하게 알게 하라.

 

보라 

너희 밭에서 추수한 품꾼에게 주지 아니한 삯이 소리 지르며 

그 추수한 자의 우는 소리가 만군의 주의 귀에 들렸느니라 (야고보서 5장 4절)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이 가관이다.

 

그 젊은이를 그토록 모질게 다그친 이유 중 하나가 그 교회 후임자로 그 누구를 내정해 놓았기 때문이란다. 그 물망에 오른 이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파다했었다. 각본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급했고, 그토록 잔인했나 보다. 나가는 이나 들어오는 이 모두에게 불미스럽고, 불행한 공작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이 썩 향기롭지 못하다.

 

전제하기를, 서울중앙지방회는 교단의 어머니 교회가 있는 기수 지방회다. 그래서 모천회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런 입장을 고수해 왔고, 몇몇 교회들을 도와 내 의지를 관철시켜 왔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좀 다르다. 거론 되는 이들이, 교권에 치인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그룹에 속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 당사자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집단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난제다.

 

그래서 공작을 하거나, 정서적이나 감정적인 골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이들의 기계적 합류는 바람직하지 않다. 마땅히 서울중앙지방회는 화해공동체로 발전되어 나가야 한다. 지난 몇 해 동안 평지풍파를 일으킨 소수의 무리들로 인해 이 공동체가 얼마나 큰 몸살을 치렀던가? 그리고 그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무슨 작전하듯 급하게 구원(舊怨)이 상호 깔끔하게 해소 되지 못한 이들의 행정적 진입 시도는, 작금 우리 공동체를 다시금 분쟁과 쟁투의 대결 국면으로 몰아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사태 속에 자기 세력을 확장하려는 정치적 꼼수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듯해 뵌다. 아니 될 말이다. 철저한 검증. 그리고 먼저 깍듯이 용서를 빌고, 용서해 줄 수 있는 맘 문이 열려야만 한다. 나의 이런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무례하고, 교활하고, 악랄했던 사태를 생생하게 목도한 사람이다. 그 사태의 피해자이신 분들에 대한 석고대죄가 우선 요청된다.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에 대한 용서를 빌어야 한다. 예배 공동체의 일원이 되길 원한다면,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려야(마5:23-24) 함이 온당하다.

 

삼각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그 젊은 목사가 울며 빠져 나간 자리에 한 파도가,

그 역(逆) 방향에서는 또 다른 풍파를 몰고 올 너울이,

그리고 그 풍파와 너울을 타고 넘으며 더 큰 풍파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세력들이.

그 젊은 목사를 제물삼아 곡예를 부리고 있다.

 

늙는다는 것.

곱게 늙는 다는 것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엡6:4-

늙은이만 노염이 있는 것 아니라는 말씀

어린 사람일지라도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사육이 아니라)하라고 하셨는데.

 

그런

가정의 달인데.

가슴 아픈 

못난

선배 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