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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 감질나게 좋은 내 당신!

2013.05.16 22:39

김성찬 조회 수:701 추천:3





영혼일기 1297: 감질나게 좋은 내 당신!

2013.05.16(목)

 

목사님, 잘지내시지요? 석화촌은 지난주에 활짝 꽃이 피었답니다. 금주 스케줄이 어떠신지요? 수욜.목욜일중에 오전10시 시간되시면 오셔서 사모님과 함께 꽃구경하시고 점심대접하고 싶습니다. ^-^

 

며칠 전 이런 문자가 날아들었다.

우린 시간을 오후로 조정했다.

총회를 다녀 온 후, 나는 석화촌으로 갔다. 

철쭉이 천지 가득한 석화촌에는, 그래도 끝물을 뽐내는 꽃들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부부와 목회적 애환을 나눈 시간은 꽃보다 애잔하고, 고왔다. 

 

겉모습이 영국 신사처럼 반듯하고, 단정해서 우리는 그가 그렇게 혹독한 물질적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내 가슴을 아프게 한 건, 그 물질적 압박이 현재진행형이라는데 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자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그 부부는 겨울을 겨울답게, 여름을 여름답게 누리며 살고 있었다. 무슨말인가? 계절을 맨 몸으로 맞는다는 말이다. 방한 복 없이, 가스 불 없어 냉수로 겨울을 났다는 거다. 가스 불을 피어 올릴 물질적 여유가 없어 아직 유치원생인 금쪽 같은 늦둥이를 찬물로 목욕을 시켰다고 한다. 가스비를 못내서, 지난 10 여 개월이나 가스비를 못내서 겨울다운 겨울을 보냈단다. 그러다가 5월 초, 하늘 나라로 가신 장모님이 떨궈 준 부스러기의 은혜로 뒤늦은 보온처리가 가능해졌다며, 그들 부부는 ♪ 감 사 해 ♪ 했다. 

 

나는 죽어라고 공격을 해댔다. 그의 핌플 러버가 내 공격을 맥없이 무너뜨렸다. 그가 사는 법. 그것은 공격수의 현란하고, 각도 깊은 태클을 그는 핌플을 무기 삼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는 물질적 어려움도 자신의 힘에 힘 된, 핌플 성령의 강력에 의지하여 세상의 매서운 도발을 그는 막아내고 있다. 

 

엊그제 그 어느 후배에게 당한(?) 것처럼, 오늘도 이 후배는 내가 식당에 들어서면서 음식 값을 카드 선결재를 해 놨는데, 이번에는 결재한 내 카드를 아내를 윽박질러 기어이 해지하고, 그가 자기 카드로 식사비를 결재했다. 그는 물질에 시련을 당한 모진 내성으로 내 지출을 막아섰다. 해석 난망한 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내 미미한 배려에 그분들은 차고넘치는 보답으로 우리를 격동(?)케 했다.

 

좋은 자리 찾아 봐.

그 선배에게 공을 들여 봐.

나는 그를 그 현장에서 내몰고 싶었다.

 

내일 일은 남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

그는 하루살이였다. 

전적으로 하늘에 계신 좋으신(?) 아버지(아버지 맞아?)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하나님은 하나님이심이 명백하지만,

나는 그의 하나님이 좋으신 하나님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그의 하나님이 그의 아버지 같지도 않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독설을 내뱉은 이유가, 그를 통해 내 심리를 투사함에 있음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승답지 않은 나에게도 스승의 날이라고 뭔가 내게 흔적을 남기려 드는 제자들처럼, 아버지 같아 뵈지 않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그 목사 부부는 여전히 그 아비를 전능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부스러기의 은혜를 감격을 실어 전했다.

 

미국을 다녀 온 적이 있어요. 남들은 돈이 있어서 다녀 온 줄 알거예요, 빈손으로 갔다가, 돈 쥐고 들어 왔어요. 참 기이한 주님. 기발하신 주님을 그는 찬양했다. 그러니까 그에게 그 누군가가 어려운 목회자들에게 미국을 여행시켜주는 기독교 단체가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그가 그런 정보를 입수한 시기는 20여년 전력투구 목회를 해오던 중, 삼각파도에 밀려 탈진에 이른 시점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기대 없이 신청해 놨는데, 그만 당첨이 되어 버렸다. 조건은 미국 왕복 항공료 자부담. 그런데 극적으로 동생의 도움을 받아 항공료를 지불하게 됐고, 그 무렵 전혀 봉헌과는 무관한 성도 한 분이 50만원을 헌금해 줘서 그때까지 밀렸던 공과금을 막고, 그는 환전 한 푼 하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친구 목사들이 느닷없이 출몰하여 그의 호주머니를 채워 줬다. 그러나 미국 교회 순방을 하면서도 그는 귀국하면 바로 해결해야 할 2백만 원의 현금 때문에 맘이 무거웠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그의 아내가 그의 앞에 현금 2백만 원을 내놓았다. 무슨 돈이냐 물었다. 사모가 전한 사연은 이랬다. 그는 미국 교회 순례 행렬에 나서며, 한 주간 비운 강단을 친구 목사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 강단에 대신 선 그 설교자가 성도들에게 어떤 감화를 끼쳤는지, 헌금할 줄 모르던 두 분의 할머니 성도들이 각각 1백만 원 씩, 2백만 원의 헌금을 했단다. 그는 감격해마지 않았다. 탈진하여 무너져가는 목사를 불쌍히 여기신 하나님께서 그에게 일시적인 안식을 주시면서, 그 틈에 다른 일꾼을 세워 그의 물질적 염려를 해소해 주셨다. 그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했다. 그가 여전히 지고 있는 수억에 이르는 부채는 전혀 잊은 듯, 그들은 부스러기의 은혜에 감지덕지 했다. 

 

참 하나님은 감질나게 좋은 아버지시다.

감질나는, 감질나게 하시는 하나님.

겨우 내 발의 등이신 하나님. 한 걸음 한 걸음만 인도하시는 하나님. 

당신의 사전에는 대박이란 없다.

우리의 체질을 아신다는 당신의 처방이 여전히 아쉬운 우리는, 정녕 우리의 체질을 모른다는 건가?

 

근데 내가 왜 더 열을 내지?

의분인가? 공분인가? ㅠㅠ

 

다시 석화촌에 꽃이 만개하는 그날, 우린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는 기원한다.

다시 석화촌에 꽃이 만개하는 그날까지 그의 물질적 고난도 화사하게 증발해 버리기를 

감질나게 좋은 내 당신께 

기 원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