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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내가 무섭고

2008.09.08 21:31

김성찬 조회 수:1446 추천:20

영혼일기 58: 내가 무섭고

2008.09.08(월)

 

 

사람을 그렇게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었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빈 말 한마디로 집중포화를 맞더니, 끝내 무너져 버리고 말았구나.

 

그녀를 무차별적으로 혹독하게 몰아세운 불놀이 패들,

그들의 가슴도 미어져 내리고 있을 것이다.

너무했다고, 너무 몰아세웠었다고.

용서를 빈다고.

다신 이젠 그 누구를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들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으리라

 

온 국민을 일순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안재환의 자살.

통곡도 모자란 단장의 비애.

나도 시집간다고,

신랑 학벌 좋고, 인물 훤하고, 거기다 능력까지 겸비했다고

홍복에 겨워 입이 귀에 걸렸던 그녀, 정선희.

너무 복에 겨웠다보다

제 복이 아니었나보다, 불쌍한 것.

온 땅에 음산한 궂은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

우린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우릴 사경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애원할 것이지.

허긴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아니 했었지.

그런데,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었지.

 

정말 사람이 무섭다.

불꽃놀이 패도 무서웠고,

사채업자도 무서웠고,

그 새 색시 청상과부 만들어 놓고 떠난

그 사람도 무섭다.

 

내가 무섭고,

내안에 그 누구를 윽박지르며,

그 누구를 매섭게 몰아붙이는

심령 골수에 들어 박힌

이 내 잔혹성이

무섭다.

 

그 누구를 사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관용 없는 송곳 같은 내 심사가

무섭다.

 

나 때문에,

숨 넘어 가고 있는 이들

그네들의 주눅 들어 찌든 몰골이,

그 한걸음도 용납 없는 집요한 추격자들에게 발맘발맘 쫓기다

질식하여 형해로만 남은 그와

오버 랩 되어

내 가슴을 무너뜨린다.

 

밤은 깊어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사채업자의 귀가를

그녀는 반겨줄까?

 

원금보다 천만 배나 더 부풀린,

생의 부채를

유서처럼 강요하는

죽지도 않고 또 기어드는

이 흑암의 사신(使臣)의 내방을.

그 애들은 반겨줄까?

 

정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