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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 백명진의 오 신실하신 주

2013.04.27 22:45

김성찬 조회 수:1245 추천:16



영혼일기 1273 : 백명진의 오 신실하신 주

2013.04.27()

 

그 애를 기억해 냈다.

그 울컥했던 기억은 주일을 코앞에 둔, 토요일 늦은 저녁(8)이었지만

나를 그 연주회장으로 이끌어냈다.

 

오늘 나에게 있어 일면식도 없는 백명진은 성인(成人)이자 대() 피아니스트이지만,

내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한 그 아이는 어제처럼 여전히 오늘도  내게는

주 앞에서 자라나는 일곱 살배기 연한 순()이다.

 

탄광촌에서 줄리어드까지,

나는 어느 핸가 활천에 실렸던 그 아이의 기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기사를 얻어 와 여기에 그 일부를 복기해 본다.

 

전략(前略) 백명진, 그는 백승대 목사(원주남문교회)와 김명숙 목사 슬하에서 1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가 건반을 처음 만져본 것은 만 4살 무렵, 피아노 선생님은 어린 명진의 재능을 한눈에 발견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자기보다 더 잘 가르치는 분에게 사사를 권유했다. 이때부터 그의 타향살이는 시작되었다. 동해까지 학교를 다니며 2학년이 되자 담임선생님의 주선으로 이번에는 서울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배웅하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만 7살짜리 꼬맹이가 기차에 올랐다. 이제는 혼자서 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막연한 서울 생활을 헤쳐가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그는 창밖도 보지 못했다.

 

이모에게 얹혀 지낸 것도 잠시, 이모는 지방으로 시집을 가고 정말 혈혈단신 외톨이가 되었다. 단칸 지하 셋방에서 초등학생이 혼자 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서 학교를 다녔다.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피아노를 치고 등교를 했다. 윗집 아주머니에게는 그녀의 피아노 소리가 알람과도 같았다. 장마철이면 장판 밑이 흥건했고 화장실이 역류하며 제 나이보다 오래된 중고피아노의 끊어진 피아노 줄을 이어 가며 연습에 혼신을 다했다. 여느 예술하는 아이들처럼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늘 같은 옷에 같은 도시락반찬을 싸서 다녔지만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기쁨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오기 하나로 그 힘겨운 날들을 이겨냈다. 중략(中略)

“고3 때 혼자 강당에서 연습을 하다 지쳐 잠이 들었어요. 잠에서 깨어 무심결에 펴본 성경책에서 하나님은 제게 ‘그 땅 백성을 두려워 말라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민 14:9)라고 말씀하셨어요. 저와 부모님은 그 말씀을 붙들고 하나님께 매달렸죠. 돈 많고 맘껏 레슨 받은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제 손을 들어주셨죠.” 그에게 믿고 의지할 분은 하나님밖에 없었다.
후략(後略).”(「이사람 - 탄광촌에서 줄리어드까지 피아니스트 백명진 양 윤기중, 활천20086월호)

 

이 아이.

 

겨우 일곱 살배기는 집을 떠나 적응해 나아가야 할 대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려, 차창 밖도 내다보지 않았던 옹근 아이였다. 그랬어도 쾨니히스베르크의 시민들이 기계적으로 정해 진 시간에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췄듯이, 초등학생 시절에 혈혈단신 지하 셋방에서 스스로 새벽을 깨운 아이는 윗집 아주머니의 알람이었다. 신실하신 주님만을 의지하던 아이. 나는 그 아이를 일찍이 주목했다.

   

그 아이가 오늘 한예종을 거쳐 줄리어드 음대 피아노과 석사, 뉴욕주립대학교 피아노과 박사학위를 취득 후, 그 부모의 모교인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아이가 오늘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삶의 목적이었던 그분을 우리에게 소개했다.

 

전주곡 연주가 끝난 후, 그녀는 앙코르 연주 그 대미를 장식하는 멘트를 청중들에게 날렸다.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분이 있어요

(나는 그 아이가 엄마를 불러낼 줄 알았다. 아니면 아빠를.) 

 

그런데 뜻밖에 이랬다.

내 삶의 목적이신 분. 그분! 오 신실하신 주

 

나는 무릎을 쳤다

엄마 아빠도 그 호명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절대자. 아바 아버지. 오 신실하신 주!

그 아이는 역시 그 아이였다. 

 

나는 그녀가 편곡해서 연주하는 그녀의 삶의 목적이신 오 신실하신 주!

그 연주를 들으며,

나는 스마트 폰을 열어 그 감동을 즉석에서 써 내려갔다.

 

내가 즉흥적으로 그 연주를 들으며 정리한 그 아이의 오 신실하신 주는 이랬다.

 

불꽃 같이 타 올랐던 

저 아이의 일상 속에 임재 하셨던

때론 질식할 것같이 (그 응답이) 느리고  

끝내 눈물 나게 (그 대미가) 장엄하신

오 신실하신 주

 

마시고 또 마셔도

들이키고 또 들이켜도

가없이 타오르는

영원한 그 신실하심에 목마른 

나의 당신

오 신실하신 주

 

우주를 재창조하듯 모든 것을 깨뜨리고 부서뜨리고

우리에 대해 결코 참을 수 없는

그 아들을 깨뜨려 우리를 위해 내어 주심으로 

당신의 우리에 대한 

인내를 확증하신 온 사랑의 종결자

나에게만, 나에게도 오신 

우리 모두의 당신

오 신실하신 주

 

오 신실하신  

몸둘 바 모른 당신을

현란한 손 부리로 뇌성 번개 치듯 터치하는 

당신을 어찌할 바 모른     

저 환호작약  

 

오 신실하신 

주의 임재를 서둘러 

기어이 만인 앞에 이끌어 낸 

저 아이 백명진의 억만 마디 말로는 채울 길 없어

온 몸과 맘과 영을 비튼

저 몸말 

오 신실하신 주 

 

그 아이 

일편단심 

저 아이   

 

당신의 신실하심에 혼을 앗긴 

백명진의  

나풀거리는 춤사위에 

하늘의 너울거림은

천지합일을 이룬

신新 신인합동


저건 

천상의 부리와

지상의 부리가

마주친

영적 줄탁동기(機)


오 신실하신 주 내 아버지여 늘 함께 계시니 두렴 없네 그 사랑 변찮고 날 지키시며 어제나 오늘이 한결 같네 / 봄철과 또 여름 가을과 겨울 해와 달 별들도 다 주의 것 만물이 하나로 드러낸 증거 신실한 주사랑 나타내네 / 내 죄를 사하여 안위하시고 주 친히 오셔서 인도하네 오늘의 힘 되고 내일의 소망 주 만이 만복을 내리시네 // 오 신실 하신 주 오 신실 하신 주 날마다 자비를 베푸시며 일용할 모든 것 내려주시니 / 오 신실 하신 주 나의 구주

 

내 마음에 비가 내렸다.
촉촉하게

단비가. 

 

그 아이 

당신을 믿고 또 의지한

탄광촌 소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던

오늘의 힘 되고 내일의 소망이셨던

오 신실하신 주 

 

주 만이 만복을 내리시는 분이심을

오늘 주 안에서 만복을 누리는

그 아이가

고백하며 만인에게 증거 한  

오 신실하신 주

 

나도 

그 아이를 통해

날마다 자비를 베푸시는

오 신실하신 주 

고마우신 당신을  

뜨겁게

다시 만났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