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843: 역사7-축복인가,재앙인가?

2011.11.02 21:58

김성찬 조회 수:1247 추천:26





영혼일기 843: 역사7-축복인가,재앙인가?

2011.11.02(수)

지난 7월 구성된 105년차 총회 항존위원회 역사편찬위원회의 업무가 시작됐다. 앞으로 3년간 교단의 역사 편찬과 역사 유적지 관리 및 보수 등등의 업무수행, 그 첫걸음을 우리는 내딛었다. 어제 11월 1일부터 오늘까지 이틀 동안, 우리 위원회는 위원회의 공식 업무 첫 행사로 교단 순교지 탐방을 실시했다. 우리 위원회 위원들- 이성관, 신영춘 목사님, 이동기, 김명래, 오명종 장로님 그리고 교육국장과 담당 간사, 서울신대 현대역사연구소 소장 박명수교수와 연구원 허명섭 목사님이 함께 했다. 어제는 병촌교회, 강경교회, 두암교회를 거쳐 증동리교회를 들렸고, 오늘은 임자진리교회를 탐방했다.

순교지를 돌아보며, 민족의 수난사가 곧 교회의 수난사임을 확인했다. 일제강점기의 민족적 고난과 동족상잔의 6·25를 배태한 사상적 갈등은 곧 민족의 수난이자 교회 수난의 근인(根因)이었다. 민족과 교회가 한 몸 된 복된 민족적, 사상적 연대의식은 자연스레 이 땅의 고난을 교회가 앞장서서 감내해왔다. 특히 우리 성결교회는 전도표제 재림의 신앙고백으로 교단이 일제에 의해 폐쇄되는 고난을 겪었다.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그 나라에 대한 신앙적 열망은 결과 그 핍박을 뚫고 이 땅에 해방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민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6·25동란 통은 참 진리에 굳게 선 교회가 적어도 남한 땅 만큼은 그 사상적 혼란에서 피로 구출해 낸 출애굽의 시기였다. 그렇게 체제적 사상적으로 엄혹하고, 혼미했던 시기에 교회는 민족을 보듬어 안고, 나라를 재건해냈다. 감사한 것은 교회와 민족이 그 어려운 시기를 한 몸 되어 연대해 옴으로, 이 땅에 복음이 순적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의 순교지 탐방 길이 엄숙하나, 윤택한 이유도 민족과 교회, 교회와 민족이 복음과 사상 안에서 일치를 이루어 온 덕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교단의 순교사를 연도별로 간단히 정리해 본다.

일제시대

1924년 10월 11일 강경 신사의 제일(祭日)을 맞아 강경교회 신자였던 강경공립보통학교 교사 김복희 선생과 57명의 학생들이 신사 참배 강요에 거부로 맞섰던, 신사참배거부운동의 진원지인 강경교회로부터 시작해서,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모진 고문 후유증으로 1943년 8월 15일 순교하신 철원교회의 고 박봉진 목사님

6·25동란 통

1950년 7월 20일 경 전북 하리교회 고 임광호 전도사님의 순교를 필두로, (우)1950년 9월에 있었던 6·25 최대의 순교사건 논산병촌교회 66인의 순교자, 1950년 10월 19일 정읍두암교회 고 윤임례 집사를 비롯한 23명의 순교자, 1950년 10월 5일 고 문준경전도사의 순교로 빛나는 증동리교회, 1950년 10월 5일 고 이판일 장로를 비롯한 48인의 순교와 부친을 살해한 원수를 용서한 고 이인제 목사님의 복음적 삶으로 우뚝 선 임자진리교회,

순교 벨트

이상과 같은 순교사에 근거한 순교지 순례가 이제 오늘 우리 교회의 신앙을 새롭게 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하고,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이상과 같은 순교지를 벨트화하여 순교신앙으로 이 시대의 영적 혼미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순교지를 벨트화하는 작업을 위해 이번 탐방에서 느낀 우리네 공동과제를 여기 정리해 본다.

공동 과제

지난 과거사가 아닌 오늘의 과제를 중심으로 순교지 교회들의 형편을 살펴보자면, 먼저 우리가 어제 첫 번째로 들린 병촌교회는 임용한 목사님의 순교사적 비전에 입각한 새역사 창조 플랜이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순교지 허브교회로 발돋움하겠다는 그 원대한 꿈이 반드시 열매 맺길 바란다. 이어 방문한 강경교회는 강경성결교회 최초의 예배당 현 북옥감리교회를 완전히 인수하는 일과 최초의 예배당을 역사적으로 복원해 내는 일이 기도의 제목이었다. 103년차 총회의 결의대로 속한 잔금이 지불되도록 함께 힘써야겠다. 두암교회는 순교사에 대한 콘텐츠를 보다 더 충실히 업데이트 하는 것이 요청되었다. 고 문준경 전도사님 기념관의 경우는 외부 건물 공사는 거의 다 마무리 된 상태이나, 내부 콘텐츠를 디자인하고 확보하는데 물적 지원과 역사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증동리 구 예배당을 역사 전시관화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리고 순교지를 벨트화 할 경우 그 순례의 정점이 되는 섬 증도를 순교사적으로 개발하여 의미있고, 다채로운 순교지 순례 장소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노두길(맨 위 사진) 걷기를 겸한 노두길 복원 프로젝트는 의미 있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감동도 있는 역사복원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 된다. 임자진리교회는 순교자 교회로서의 사명을 보다 더 다지는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봤다.

예배와 세미나

첫날 저녁 (11월 1일 화요일) 증동리 교회에서 우리는 예배와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의 주제는 「교단 역사 교육 및 편찬 사업의 과제와 방향」이었고, 강사는 박명수교수였다.
나는 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으로 1부예배의 설교를 했다. 설교 본문은 열왕기하서 22장-23장이었다. 그 본문에 등장하는 요시야 왕에 대한 이야기에서, 오늘 우리 역사편찬위원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전했다.

축복인가, 재앙인가?

설교 요지는 이렇다. 요시야 왕의 명령으로 성전을 수리하던 중, 왕하 22장 8절에 대제사장 힐기야가 여호와의 율법책을 발견한다. 그런데 왕이 율법 책이 성전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곧 “그의 옷을 찢(11)”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 요시야 왕은 율법책에 기록된 조상들의 불순종으로 인한 죄악으로 하나님께서 내리실 진노에 두려워 떨며, 여선지자 훌다에게 제사장 일행을 보내, 하나님의 뜻을 재차 묻는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여선지자 훌다의 입을 통해, “내가 이 곳과 그 주민에게 대하여 빈 터가 되고 저주가 되리라 한 말을 네가 듣고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여호와 앞 곧 내 앞에서 겸비하여 옷을 찢고 통곡하였으므로 나도 네 말을 들었노라 여호와가 말하였느니라 / 그러므로 보라 내가 너로 너의 조상들에게 돌아가서 평안히 묘실로 들어가게 하리니 내가 이 곳에 내리는 모든 재앙을 네 눈이 보지 못하리라 하셨느니라(왕하22:19-20)”고 말씀해 주신다.

무슨 말씀인가? 율법책이 축복일수도, 재앙일 수도 있었다는 말씀이다. 오늘 그 사후 60주년 가까이에 와서 순교자 고 문준경 전도사님의 순교사가 신앙인들의 초미의 관심사과 된 것은, 마치 요시야의 율법책 발견 같은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순교자들을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재조명케 하심은, 요시야의 율법책 발견처럼, 축복일 수도 재앙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다. 율법책의 경고와 교훈을 옷을 찢고 통회하며, 온전히 그 말씀에 부복함으로 율법책 발견을 종교개혁의 기회로 삼아 유다를 영적으로 재건했던 요시야 왕과 같은 신앙하는 태도를 갖지 않으면, 작금 우리가 관심을 갖는 순교지 복원과 순례 사업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신앙은 태도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깨달아 알게 됐다. 순교자를 팔아 자신의 공적을 쌓고, 자기의 혼합주의 이단 사상을 선전하는 순교자를 도구로 삼으려 했고, 순례를 명분으로 물질적 이득을 얻고자 했던 이들을 순교의 피가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무서운 사례들을 나는 지켜 봐왔다. 정말 나는 순교를 언급하는 것조차 두렵고, 떨린다. 법궤를 잘못 다뤄 재앙을 받은 블레셋이나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자칫하다가는 재앙을 자초할 수 있다. 그리나 오벧에돔처럼 법궤를 잘 모셔 복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 역사편찬위원회는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귀한 순교 역사 복원 및 유지 관리 그리고 신앙화 하는 작업들을 수행해 감에 있어, 우리 모두 정말 두렵고, 떨림으로 이 귀한 사명을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사심 없이 받들어 나가자. 재앙이 아니라, 순교신앙이 오늘 병든 한국교회를 치유하고, 회복케 하는 축복이 되게 하자. 그 일을 위해 우리 미천하고, 부정한 것들을 일꾼 삼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사심없이 옷과 마음을 날마다 찢으며, 귀한 성업을 감당하자.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자. 성령께서 함께 해 주시리라 나는 믿는다. 이상과 같은 설교를 전했다.

이어서 박명수교수의 세미나가 이어졌다. 「한국성결교회사의 재인식」이라는 주제로 성결교회사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 13개를 선정해, 각 주제별 재인식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예를 들면, 1.교단선교와 신앙선교의 문제 2. 출발에 대한 해석 문제: 성결교단은 자생교단인가? …… 11. 사중복음과 웨슬리 신학 13. 서울신대의 전통과 미래 등등이다. 그리고 「총회 역사편찬위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가. 자료 정리 작업 1. 현재 자료 정리 작업 2. 과거 자료 정리 작업 3. 개교회사 자료 정리 작업 나. 역사 편찬 작업 다. 성결교회 역사박물관 건립 및 기구설치 라. 한국성결교회사 알리기 운동 마. 현재 가능한 사업 등에 대한 세부적 제안을 박 교수는 제공해 줬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1. 순교지 벨트 구축을 위한 매뉴얼 만들기. 매뉴얼 제작을 위한 시범 순교지 방문단 운영 2. 순교 벨트에 속한 교회와 유적지 실태파악 및 유지 보수 3. 자료실 확보, 자료 공유를 위한 기초 작업 시행 등등을 결의했다.

이제 시작이다.

문자가 여기저기서 날아들었다. 함께했던 연구원 허명섭 박사가 보내 온 문자다.

“순교지 현장에서 묵묵히 보여주신 목사님의 열정에 잔잔한 감동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수선피우지 말고, 두렵고 떨림으로 귀한 역사적 성업을 온전히 받들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하나님께 영광,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