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 아∼, 아∼
2011.06.09 09:03
영혼일기 737: 아∼, 아∼
2011.06.09(목)
한때는 적어도 나는 100살까지는 살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100살은커녕 70도 다 채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쇠약해진 몸. 지난 며칠 동안 만사에 힘이 부쳐 육신적 곤혹을 치루고 있다. 날마다 한 걸음씩 걷는 삶의 규칙에 실패해 이번에도 밤샘몰아치기로 몸을 혹사했더니 몸이 곤죽이 되어 버렸다. 나이가 든다는 것. 기백이 없어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 운신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 시방도 반 의무적으로 나는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엊그제 그 어느 단체에 보낸 큐티 원고에 중복된 꼭지가 있다고 해서,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다. 총기가 사라져 가는가 보다. 마감시간 관계로 사력을 다해 재집필을 해 주느라 이 아침도 힘겨웠다.
엊그제 밤새워 큐티 자료를 작성한 후유증에다가, 어제는 날 너무 사랑하는 친구의 질긴 애정공세에 하루 종일 끌려 다니느라 초죽음 상태에 빠져 버렸다. 다정(多情)이 병(病)임을 절감했다. 사람 좋아하는 내가 사람에게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나, 늙기도 서러운데 좋아하는 이들과 원족을 맘껏 즐길 수 없는 육체적 형편에 처하게 된, 속절없는 ‘낡음’이 한스럽다. 느보산의 모세도 그랬을 거다. 젖과 꿀이 넘치는 그 황홀한 약속의 땅을 내려다보며, 그 땅에 진입할 여력이 없는 ‘늙음’에 얼마나 애통해 했을까?
숨 쉬기조차 넉넉지 않다.
의무가 날 잡는다.
오늘도, 내일도 의무에 끌려 다녀야 할 허기에 맘과 몸이 미리 무너져 내린다.
전화 벨소리에 심실이 자지러지고, 문자 음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그만큼 심신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징표다.
안 먹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못 먹어서 안 먹는 것이다.
안하고 싶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못해서 안하는 거다.
인공 심장을 갈아 끼우듯,
바닥 난 체력을 보수할 방안을 인위적 도발로 메워야만 하나?
얼마나 산다고,
대체 뭘 해 보겠다고 난리 블루스를 쳐대야 하나
ㅉ, ㅉ
모든 것 내려놓고,
모든 것 내려놓고,
모든 것 내려놓고,
모든 것 내려놓길 ∼
희원하는
참된 안식에 다다르길 소원하는
이 부실.
아침부터 노을 된 이 어슴푸레.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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