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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8 : 시 석화

2024.03.03 12:13

관리자 조회 수:110

5378시 석화

 

석화石花
바다 가까운 데는 눈물도 짜
습기에 노출된 해변 하우스 매입을 거뒀어
바다가 그이를 더 사랑해서
그이가 바다를 더 흠모해서
바람의 질투가 더 거셌기에
죽음 보다 더한 사랑을 다퉜던 바다 이야기를,
한 오백 년을 울고 지내다가,
타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역을 하게 되면서
토해낼 수 있었다는 그녀가
담담히 내뱉는,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바다를 품을 수는 없었어도
파랑주의보는 외면할 수가 없어서
바다가 보이는 언덕 너머
등 돌린 마을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보듬어줄
가버나움**을 세우기로 했던 거에요
천년 세월 거친 파도와 맞선 갯바위가
맨몸으로 피워낸 돌꽃 잔치를
한 상 가득 배설하고 있다
건드리면 베일
돌칼 두른 듯 날카롭고 뾰쪽하며
깊고 오랜 상흔처럼 단단한 외피를
손수 까발려 건네주는
여린 알맹이엔
짠 바다를 묽힌 눈물로 백년 부푼
육즙이 아직도 간간하다
스스로 자신을 열어 건넨
돌꽃 알맹이가
한 알의 진주다
묵직도 하다
선뜻 받아들기 어렵다
광야 와디wadi***에
숨은 물줄기 따라 줄지어 선 수목들처럼
밀물 높이로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돌꽃도 이젠 끝물이라며
입석으로라도 서둘러 먹으라며
마른 눈물 자국을 훔쳤다
~~~
* 유치환의 시 <그리움>, 부분
** 위로의 마을, 나사렛 예수가 소외된 약자들에게 긍휼을 베푼 주무대, 갈릴리의 한 마을
*** 와디 [wadi] 건조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물이 없는 강
2024.03.0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