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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7더조이유니언 이야기 257 이상선2

가난한 이웃들이 함께 살던 지역에서 빈민 사역을 하던 이ㅇㅇ 목사가 재개발사업 등으로 마을의 변화를 겪으며, 또 다른 달동네에서의 사역 공동체가 해체되는 뼈아픈 과정을 토로한 이ㅇㅇ 목사의 글을 우리는 함께 읽었다.
다시, 해는 말갛게 떠올랐다.
아침에, 박종석 교수께서 그 사태가 물질으로만 해소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당장 표시할 수 있는 건 물질이기에 적은 위로금을 보낸다며 100만 원을 보내오셨다. "교회를 세워 교회가 이웃을 돕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판 욥의 탄식이다." 이 목사를 알지 못하지만 그 참담한 현실이 너무 절절하게 피부에 와닿는다며, 통화 중에 울먹였다.
교회를 안 세운 게 아니라, 교회를 세웠으나 사회선교를 앞세웠더니, 교회가 되지 않지 않았을까? 교회가 못하는 일을 하다가, 교회가 비토하는 일을 하다가 겪는 어려움.
세속화된 번영 신학으로 기득권 개발론자들의 부동산 투기 및 무차별 재개발 정책에 편승해, 치부해 온 맘몬의 거탑지기들이 도시의 이웃들을 도시 밖으로, 세상 밖으로, 저 하늘나라로 내모는 일에 동참해 왔었다. 투기꾼들의 눈으로 도시 빈민들을 대했고, 빈민 선교, 산업 선교 등등 그 전위에 선 목회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 온 게, 한국교회의 전반적 입장이 아니었던가?
어제는, 내가 월악교회 이철남 목사님께서 내게 건네준 이ㅇㅇ 목사의 아픈 글-토吐프레이즈praise를 더조이유니언 단톡방에 올리자마자, 전화벨이 맹렬하게 울렸다.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 (셀라)-시32:3-4.”
"가슴 속 깊은 데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고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주님께 아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시39:3, 새번역).”
역시 우리 더조이유니언 총괄 회장 김이진 목사님이셨다. 그 선교 공동체 사역자들의 번아웃/탈진한 사연을 대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주체하기 어렵다 토로하시며 통화 내내 울먹이셨다. 그게 사실이냐고 반문하실 정도였다. 오는 12일 화요일에 이ㅇㅇ 목사 심방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ㅇㅇ 목사가 누군지 일면식도 없다. 그러나 그 목회적 아픔과 좌절만은 내 일처럼 느끼고 있다. 이것이 우리들이 서로 아끼는 동역자라는 말이고, 목회자 서로돕기운동 연합 더조이유니언의 정체성이다. 한마디로 우린 동병상련의 아픔을 밤새 앓았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는 사역을 위한 활동과 역할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 앞에 어려운 상황을 맞으며, 사람들은 떠나거나 변화에 적절한 모습을 요구하고, 이제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는(딤후4:11), 아니, 누가도 없는, 아내도 떠난 욥처럼, 아니 본디 아내도 없었기에 심장이 터져버린 병든 홑몸만 남은 이ㅇㅇ 목사.
"그 순간 기적 같이 포도나무의 진이 흘러나와 떨어질 것 같았던 가지를 움켜싸고 꽉 달라붙어 있게 하는 그런 기적의 섭리가 분명 있을 것이라 소원하며 기도하네...."(이ㅇㅇ)
그는 마지막 잎새다.
그는 기적을 이 땅에서 빈들의 기적을 창출해 내려 했다가, 기적을 앙망하는 사람이 됐다. 사람의 손으로 이룰 기적이란 적어도 맘몬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는 불가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기적이 있다.
포도 나무의 진이 흘러나와 떨어지려고 하는 가지인,
자신을 붙들어 달라고 주께 호소하고 있다.
위해서 기도한다.
그 벼랑끝에서 이미 편팔로 손을 내밀고 계시는
선한 목자를 만나기를~
2024.03.07(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