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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홍천 가는 길

2011.02.14 19:12

김성찬 조회 수:1742 추천:37



영혼일기 663: 홍천 가는 길

2011.02.14(월)


사랑이네 다락같은 별장에 왔다.
혼자 공작산을 지키는 견공 사랑이가 날 보자 뒤집어 진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난 사랑이에게 낯선 가객(佳客)이다. 낯서나 무지(無智) 반갑고, 귀한 손님.
혼자 왔다.
용감하게, 난생처음으로, 용가리 통뼈처럼.
먼저 먹을 물조차 얼어붙은 사랑이의 물통에 물 데워 한 양푼 부어 주고는, 이내 밤이 깃들 깊은 산속이라 먹을거리를 챙긴다. 밥은 할 줄 모르고, 내 취향대로 생식하려, 쌀을 불려놓고, 보일러 30도로 올려놓고, 온풍기를 틀어 놓고,
좌정한다.

115km를 한 결 같이 시속 80으로 달려오면서, 찬송 속에 한껏 은혜를 누렸다.

♬죄악 세상 이김으로 거룩한 길 가는 나의 마음 성전 삼고 주께서 계시네♬

눈물이 범벅이 됐다. 시야를 가렸다.

나의 마음 성전 삼고 주께서 계셔?


…….



모처럼 소리 내어 성경을 읽을 시간이 충만히 허락되길,
당신의 예정 가운데 거하는 충만 되길 소망한다.




詩/
홍천 가는 길



홍천 가는 길을 그 누군가에게 나는 오늘도 물었다

원자력병원 앞마당을 좌측으로 끼고돌다 우회전한 후
지금은 사라진 경춘선 건널목을 박차고 나아가
다시 도심으로 되돌리는 부영 아파트 쪽으로 빠지지 말고
갈 길 더디게 할 들꽃향기농원도 그냥 지나쳐
아예 주저앉게 만드는 며느리 고개를 넘어서기만 하면

살아오면서 수차례 오갔던 홍천 가는 길
장기판의 훈수처럼 성가셨던 네비게이션마저 망가져
묻고 돌아서서 되묻느라 구겨진 자존심과 맞바꾼 엄격한 교시 따라
앞만 보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고 달렸더니

굽이친 북한강 물줄기 따라 곡예를 일삼던 곡선주로(走路)도
산비탈 따라 돌고 돈 나선형주로(走路)도
한 눈 팔다 수렁을 헤맨 내 마음의 탈선주로(走路)도
일순 바람결에 물안개처럼 오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길 없는 하늘의 길 된 직항로처럼
오직 한 길 고속하이웨이 된
홍천 가는 길

태곳적 내 안에 당신이 열어 놓으신 하늘 길을
좌충우돌 곡해하여
모든 길을 길 되게 한 신기루를 좇는 대상들처럼
돌고 돌아 돌고 돈 길

좌우 백밀러 없듯 치우침없이 쾌속 질주한
홍천 가는 길
오래 된 새 길에서

다시 말씀 앞에 묻는 천국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