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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 거제도 여행 - 그 사랑의 부요

2011.03.22 23:37

김성찬 조회 수:1734 추천:38





영혼일기 687: 거제도 여행 - 그 사랑의 부요
2011.03.22(화)


1박 2일 거제도 여행에서 돌아와 몸을 씻고, 홈피를 열었다.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E-minor, Op.64. 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이 울려난다. 오늘따라 그 선율이 더 밝고, 감미롭다. 1박 2일의 감흥이 더해진 연유다. 지난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그 감동이 식기 전에 활자화하고 싶어 책상 앞에 좌정했다. 그 감흥에 노독을 푸는 온수마찰로 몸을 덥힌 후라서 몸과 맘이 더 따뜻하고, 안온하다. 그런데 득달같이 여기저기서 쏘아올린 문자들이 답지한다. Allegro molto appassionato-빠르고, 매우 열정적으로, 놀라운 전이다.

* 샬롬! 거제도 여행에 보여주신 사랑과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미녀와 야수
* 주님의 사랑으로 베풀어 주신 은혜와 위로 너무 고맙습니다. - 부창부수
* 김목사님! 귀한 만남과 정에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 - 엄처시하
* 동행이 복이었더라. 샬롬♥ - 봄볕
* 행복한 미소로 기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목사님! 감사드립니다. 동고동락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사랑합니다. 편안한 밤 이루소서. - 스타탄생

동시에 나도 문자를 쏘아 올렸다. - 사랑하였음에 행복하였네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랬다. 우린 서로 사랑했고, 서로 행복해 했다. 하루 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아챘다. 입에 바른 인사치레가 아닌 하나님께 속한 사랑, ‘그 사랑’ 고백을 우리는 서로 애틋하게 주고받았다. 그만큼 우리는 그 사랑에 부요했다. ‘그 사랑’에 부요한 자들의 감정은 마치 그의 음악인생에서 부요했던 멘델스존의 선율처럼 밝고, 감미로워지는가 보다.

우리는 ‘그 사랑의 부요’를 공유하는 일에 성공했다. 나는 그 성공의 비결은 이 사건을 도모한 이의 ‘의도의 순수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잔치를 배설한 안석구 목사 부부의 의도는 철저히 말씀이 그 토대였다. “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 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3:17-18).”

그는 단순히 그런 사랑의 결단으로 물질과 정성을 투자했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가 순수하다고 해도 세상만사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님을 그는 몰랐던가 보다. 한동안 그가 원하는 만큼의 사람들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가 함께하기로 맘먹었던 형편에 있는 목회자들은 모든 여건이 열악하여 1박 2일을 결코 즐길 수가 없는 이들이었다. 그는 그런 냉혹한 현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그가 정작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은 그 애정을 받을 여력도 없었다. 거기다 더해 1인당 2만 원짜리 동일한 행사유치 전단지(그건 당일치기였으나)가 천지에 나풀거렸다. 스타일조차 구긴 것이다. 하여 그는 낙담했고, 그 위대한 도모를 막판에 포기하려들었다. 그 상황에서 양동춘 목사님과 내가 개입하게 됐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8부 능선까지 올랐는데, 예서 물러설 수 없다. 큰일을 치르는 과정에 다 그런 고비가 있다. 빌어가면서 돕는 것이 참 도움이고, 진정한 봉사다. 우리는 손이 발되게 분발했고, 하여 월요일 오전 7시 우리는 묵동교회에서 27명이 거제도 여행길에 나설 수가 있었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아침 식사는 한마디로 성찬(盛饌)이었다. 그 덕에 나는 하루 종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러나 그 우대에는 감사만 할 수 없는 불안이 엄습했다. 편도요금도 안 되는 금액으로 1박 2일이라니. 그랬다. 우리의 불안한 예상은 적중했다. ‘그 사랑의 부요’는 지름길로 오지 않았다. ‘그 사랑의 부요’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를 일순 뒤집었던 말, 말들 속에 그 곤혹스런 상황이 오롯이 담겨있다. 다시 복기해 본다.

유머러스한 언사의 달인 최하용 목사의 어록이다.

“빚이 한 두 푼이어야지 아끼고 말고 하지.” 그가 그 살벌했던 흑삼판매장에서 동포들을 구하느라 자진 볼모가 되어 독박을 쓴 후, 내뱉은 푸념. 그러다가 예정에도 없던 키토산 공화국까지 우리는 끌려갔고, 나 또한 자진 투항하여 이후의 평안을 돈으로 사고 말았다. 그래 빚이 한, 두 푼이어야지, IBM-이미 버린 몸, 퇴로도 없었다. “난 가이드만 보면 가슴이 벌렁, 벌렁거려.” 조직의 안녕을 위해 신용카드를 내던진 그에게 나타난 후천적 불안증세. 우리는 다들 자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그 말에 적극적인 동감을 표시했다. 화기애매한 분위기가 황사처럼 우리를 뒤덮었다. 그랬어도 구사대의 가미가제식 자진 옥쇄로 우린 점심때를 넘긴 시각, 겨우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금붕어의 기억력이 3초라던데, 우린 금붕어에 버금갔다.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을 오르내리며 이전 일을 망각했고, 저녁 멍게 비빔밥의 향미에 다들 입맛을 회복하더니, 나름 정갈한 호텔방에 짐을 풀다 맘까지 풀렸던 것 같다. 식후, 30년 경력의 빙고게임 인간문화재 최하용 목사의 진가가 그 밤 폭죽처럼 빛났다. 우린 오종오횡(五縱五橫), 가로나 세로 일렬로 숫자를 꿰맞춘 당첨자에게 주는 경품에 목매어, 그의 입에서 나직이 떨어지는 숫자 하나하나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청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출제자가 뜬금없이 30년 경력 운운하며 사족 같은 잡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이런 기발한 항변이 튀어나왔다. “목사님, 지금 우리 귀엔 목사님 말씀이 안 들리거든요.” 일순 우리는 뒤집어졌다. 박이경 선수였다. 경품에 눈멀자, 귀까지 먹어버린 그의 말 되는 항변에 우리는 ‘빙고!’를 외쳤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깐, 이내 돌아서서 그가 빙고를 외쳐 우리를 모두를 심히 허탈케 했다. 그래도 우린 그 명언을 지금도 지지하며, 대견해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그랬다 우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어제를 잊고, 기상예측을 빗나간 청명한 아침을 맞이했다. 바람도 숨을 고르는 바람에 우리는 해금강 유람을 순적이 즐겼다. 십자동굴까지 진입해 들어갈 수 있었다. 노련한 선장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외도(外島)는 이어도였다.
이상향이 실재 된, 청향 가득한 인공 섬이었다. 그 섬에도 기독신앙이 살아 역사하고 있었다. 기독신앙인들의 뿜어내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영적 자부심과 책임감을 우리들에게 동시에 선사했다.

외현포구 맛난 회덮밥 점심 이후, 우리는 귀경길에 올랐다. 한 식경이나 쉼 없이 달릴 거라고 했다. 자연스레 한 곡조씩 뽑게 됐다. 노랫말만이 아니라, 1박 2일의 여정에 대한 소감도 나누게 됐다. 경계를 넘나들다가 우리는 소중한 간증을 듣게 됐다. 교회를 건축해 놓고, 막중한 채무 때문에 교회당은 물론 목회자 자신까지 한 때, 영어(囹圄)의 몸이 된 적 있었던 형제가 “예수사랑하심을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 목메인 찬송을 신앙고백으로 불렀다.

나는 이번 일정 가운데, 세 번 발언을 했다. 한번은 첫날 저녁 설교였다. 최상의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여행객 된 은혜를 감사하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발언이 그가 ‘예수사랑하심은’ 찬송을 부르고 들어 간 후였다. 나는 그가 이 행사에 초청을 받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단 두 사람 모자라 이 행사가 무산될 뻔했던 때에 구원투수로 나선 나는 그를 기억해 냈다. 그와 접선했다. 방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무조건 나와라. 양광을 쬐라. 육신의 건강이 심령의 건강이기도 하다. 나는 전인건강론을 펼쳤다. 그가 O.K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그의 긍정적인 응답을 접수하는 순간, 내 심령 속에서 이런 메시지가 솟구쳐 올랐다.

“이 행사는 그 형제를 위한 행사다.”

나는 성령님의 그런 영적 암시에 동의했다. 그랬다. 그는 이름 그대로 ‘성령교회’ 목사였다. 나는 버스 안, 모든 목회자 부부와 그 형제 앞에서 이 말을 토해냈다. 이 행사는 전적으로 성령께서 당신을 위해 배설한 잔치다. 우리 하나님은 '내가 연약할수록 날 더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이시다."

물론 이 행사에는 예상 밖의 참석자들이 적잖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신 것 같았다. 어제 밤, 남들이 한 번도 당첨되기 힘든 ‘빙고’에 더해, 최종 ‘십자 빙고’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복음가수 김미숙 사모님은 물론이고, 모처럼 목회자 모임에 나오신 낯선 사모님들께서도 이 행사가 자신들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의 격려라 여기며 크게 감사해 했다. 그리고 모두가 어제, 오늘 있었던 건강식품판매장 순례도 나름 유익하고, 필요했다고 넉넉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랬다. 그분들은
이번 행사의 필연적인 모순을 명쾌하게 조망하고, 너그럽게 이해하려드는 밝은 신앙인들이었다. 그러면서 막대한 물질로 이 잔치를 배설한 안석구 목사님 부부와 몇, 몇 중진들의 아낌없는 위로와 물질적 격려에 크게 감동해 했다.

그랬다.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 것을 조금도 제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사람을 격려하고, 교회를 재건하는 일에 몇 푼 되지 않는 물질쯤이야, 이런 식이었다. 그런 분위기였으니, 얼마나 은혜가 넘쳤겠는가? 그 아름다운 자연에서 사람을 통해 베푸신 은혜에 감격해 하며 모두들 이번 행사가 다들 자신들을 위한 특별하고, 신선한 영적행사라며 즐거워했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가 이번 영적 행사의 주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반드시 다시 재기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승리자는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즉시 일어나 다시 뛰는 사람임”이라는 경구도 재음미했다.

감사했다. 우리는 초청해 주신 분에게 그리고 참가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서로서로 다투어 감사를 표했다. 초청에 응해주는 것 또한 초청하는 것만큼 값진 수고요, 사랑임을 우리는 생생히 깨달아 알았다. 길과 산울가로 나가서 사람들을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눅14:23)시던 주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나는 다소 이해가 됐다. 동시에 우리는 이번 영적 행사를 통해 자연스레 몸으로 이 진리를 익혔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3-24).”

우린 그리할 것이다.
우리 안에 형제-자매 사모함을 불일 듯 일게 해주신,
성령님의 사랑의 강권 때문에.

from 원♬투!
영성이 무엇인지! 사랑과 감동이 무엇인지 얻게 된 귀한 여행이었습니다.

임용준-최영희, 문교수-차혜정, 양동춘-이광옥, 김성찬-윤보경, 최하용-신정옥,
안석구-오효석, 이두원-황보순출, 박이경-김화숙, 양남환-유은희, 정창훈-황선희,
김영호-김미숙, 최성상, 염창준, 임태석-윤지현, 임한결

웃음 꽃 - 폭소, 파안대소 만발했던 1박 2일.
3,6,9를 고대하며.

이번 기회를 불가항력적인 책무 때문에 놓친 이들에게도,
동일한 은혜가 임하길 소망하며.

thanks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