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9: 시/붙어 있기
2021.09.22 20:33
4089
붙어 있기
그 이미 붙어 있음에 대하여
탈레반이 장악한 제 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자원 난민 된 이들이
카불 공항 미군 수송기 외벽에 붙어있다
붙어가는 자가 뛰고, 나는 자보다 낫다는 교조적 믿음으로
붙잡을 데 하나 없는 날틀 외벽에 붙어 있다
그래 붙어 있더라도 그런 외벽에 붙어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철벽 제국주의 외벽에 붙어 있으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경經에 이른 내게 붙어 있으라 말은
안에 붙어 있으라는 말이지 문밖이 아니다
붙잡을 것이 없는 헛 믿음이 아니라 참 믿음의 대상인 분께 붙어 있으라는 말이다
헌데 와습/wasp*외에는 본토인이라 인정해 주지 않는
미 제국주의 군용기 외벽에 붙어 있다가 무심히 이륙한 비행기에서 추락하여
난민의 삶을 장렬히 마감한 이들의 나락 행렬을 본다
죽음보다 절박한 부르카 위협 때문이었으리라
급박했기에 죽을 줄 알면서도 맹인처럼 절벽을 더듬다가
유성처럼 번뜩인 자유에로의 도피를 감행했으리라
행복했으리라
죽음으로 이루어낸 더할 나위 없는 도피로
행복했어야 했으리라
냉혈 기체는 그네들의 절박을 뿌리쳤어도
내 안에 거하라 하신 하늘에 계신 이가 끊을 수 없는 그 사랑으로
추락하는 영혼을 두팔로 받아 보듬어 안아주셨을 것이기에
몰래 당신의 옷술을 붙든 혈루병 여인의 절박을
수많은 인파가 옹위하는 북새통 속에서도 이내 감지해 내신
밖이면서 안이신 이가
기실 그분 안에 거하고 있으나 안이었는지 몰랐던
오해의 외벽을 타다가 추락하고 있는
이 난민을
그의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의 날개 위에 그것/제 새끼를 업는 것 같이**
흑암의 깊음, 그 수면 위를 운행하시는 이가***
ㅇㅇㅇ
* wasp :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
** 신명기 32장 11절 하반절
*** 창세기 1장 2절
2021.08.17(화) 오전 9시30분 KBS1 TV 뉴스를 보던 중, 눈에 든 장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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