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5 : 벌써 지친다
2024.02.04 13:02
5325벌써 지친다
개운한 아침이 없었는데, 일생
기상 후,
겨우 두어 시간 정신 노동했다고
젖산이 과다하게 배출되었다는 말이다
단편 소설 하나 읽기보다
한 줄 시구 음미하기가 더 힘에 겹다
마구 뛸 때보다
급 정차할 때, 에너지가 더 드나 보다
소설가 박정규 선생께서 강추하신
황영경의 <<미나카이 백화점이 있던 자리>> <밤 깊은 마포종점>을 읽었다.
구수하다. 밑줄을 긋는다.
"꽃 같은 이 내 청춘을 뭣하러 애꼈을 꺼나."
펼쳐진 김이듬의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법원에서>를 맛보고 있다.
참, 나도 어제 주민센터에서 지문이 일치하지 않아서,
결국은 심문을 받았지. 콩만 한 여직원에게서.
본적은 선명한데, 이전에 살던 집 주소는 가물가물, 치맨가? 옛 기억이 더 선명하다니-,
새벽같이 배송된 책이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싫다.
또, 하루를 이미 지치게 했다.
글쓰기 공방에도 가야 하고,
천년 만에 죽마고우를 전태일 동상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디,
ㅠㅠ
2024.01.31(수)수하게 한 달이 갔다.
법원에서
김이듬
지문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떼야 할 서류가 있는데
무인 발급기가 나를 식별하지 못한다
내 살갗 무늬가 나의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나를 확인한다
나는 나를 떠나버린 것 같다
"잠시만 안고 있어"
제 아이를 내 품에 안겨놓고 돌아오지 않는 여자처럼
비가 오니까
피부가 촉촉하게 팽창해서
내 지문이 변했을지 모른다
빗길에 중앙선을 넘은 트럭처럼 나는 나로부터 잠시 미끄러졌는지 모르겠다
이탈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민원실에서
의자를 당겼는데 테이블도 움직인다
분리불안을 느끼는 관계처럼
신체와 영혼처럼
의자와 테이블이 일체형이다
버릴 때는 폐기물 처리비 납부필증을 한 장만 남겠지
지문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야 하는데
나의 여부를 알 수 없다
봄비가 오니까
사람들은 미래처럼 외로워서 자아라는 존재를 발명한다
어린 나를 더 어린 내게 던져두고
사라진 엄마를 미워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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