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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6 : 친구 내 친구

2024.02.04 13:05

관리자 조회 수:149

5326친구 내 친구

 

평생 위장병을 달고 사시네, 그려
죽마고우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내 병력이다.
반가웠다. 내 일생 속앓이를 함께 앓아준 친구가 있어서.
전태일 동상을 찾아가는데, 환승역도 놓치며, 묻고 물으며 갔다.
전태일 평전을 읽었단다.
투사가 아닌 어린애였더라.
투사가 분신하냐, 심약해서 제 몸에 불 지른 거지. 약골을 강골로 단련한 착취와 억압의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지.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을 거야. 제 몸을 불사른 이유는.
정기 건강 검진도, 전립선암 검진 혈액 검사도 거부했단다.
전립선약을 먹고 있으면서도, 암 검사를 거부한 이유를, 이 교장은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그냥 모른 척하고 살다가 말기에 발견되면, 모르핀 처방이나 받으며 살다 가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했다. 서둘러 건드려 겪을 얄궂은 처치가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니, 우리네 이 시점에서는 적합한 말이다. 하지만, 모범 환자인 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다. 어느 편이 더 두려운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삼 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하라는 주치의에게 세뇌된 이내 몸은 대체 의학 신봉자의 용기가 경이로웠다. 두려움이 실체인 그 용기. 그 용기로 친구는 전태일을 닮아가고 있다고 여겨졌다. 기도했다. 확 사라지지 말고, 찔끔찔끔 살아남는 겁쟁이가 되게 해달라고.
교직 은퇴 이후 지난 10년여, 한 삼 년 동안은 신학 서적을 탐독했고, 다시 삼 년 어간은 대체 의학 서적을 훑었으며, 지금은 미술 공부에 진력하고 있다고 했다.
젊은 날에는 내가 더 말을 많이 했고, 엉덩이가 더 무거웠는데, 두어 시간이 지나자, 내 몸이 지치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서로의 집을 몇 번씩이나 오가며 헤어지기 싫어했던 청년 시절이 그리웠다.
밥을 살 권리조차 없는 사이라서, 무슨 선물을 건네줄지 생각하다가, 성경 듣기 오디오 플레이어, 비타민 C,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 일기>>, 전선용 시인의 시집 <<그리움은 선인장이라서>>, 내 저서 <<믿음의 확증을 찾아서>>, 내가 쓴 문학 캠프 동행기가 수록된 계간지 <<생명과문학>>를 건네줬다.
생복어 제철이라며, 주모가 권한 생복지리로 점심을 했다. 양식하는 복어는 천적이 없어서 피에 맹독이 서리지 않는단다. 만사 해박한 이 교장의 멘트다. 허니, 우리가 먹는 (양식)복어는 두려움 없이 먹어도 된단다. 맞는 말 같다. 화사를 독사로 만드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두려워 제 몸에 독을 품게 된 미물은 비단 복어에만 해당할까?
일만 명만 죽이라는 명을 받은 저승사자가 인간계를 훑고 지나가자 백만 명이 죽었단다. 왜 구십구만 명이나 더 죽였냐고 옥황상제에게 추궁을 받자, 저승사자가 이렇게 답했단다. "그 구십구만 명은 두려움에 절어 죽은 자들입니다."
두려워서 복국을 꺼렸던 나,
그 생물이 두려움에 절은 생물이었다는 거.
나이 듦의 두려움, 안락사가 허락된 네덜란드로 가고 싶다고도 했다.
우리는 한 염려를 푸지게 늘어놓고, 제 길로 몸을 돌렸다.
잘 가시게,
이게 끝인사일 수도 있는, 아예 보내는 인사라 여겨져,
다시 봄세,
장미꽃 덩굴 우거질 그날 중랑천변에서 다시 꼭 보자고만 했다.
그는 하행선
나는 상행선
대학 음악 콩쿠르 대상을 받은 명 테너,
죽마고우 이요섭 교장
담엔, 노래방에서 <사랑의 미로>를 불러달라고 해야지, 꼭
2024.01.3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