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6 : 시 신파극
2024.01.07 11:40
5276시신파극
주인공처럼
병아리 방으로 난 복도에서
아예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뒤돌아서서 사 분 동안 철통같이 서 있다가
먼저 등원한 친구가 나와 손을 내밀자
반쯤 손 내밀며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방으로 쏘옥 들어갔다는
정기 보고를 이 아침에 받았다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드는
뽀송한 살색 유치에서 스스로 벗어나 보려고
천일 가까이 세상을 살아 낸 제 발로 서기로
별리의 아픔을 녹이려 이를 꽉 깨물고
백미러도 걷어치우고
뒤돌아서서 사 분 동안 사사로운 정을
홀로 삭이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데
사춘기가 와도
너무도 빨리 왔구나
모처럼 동행한 엄마의 멘트에
반항이 아니라 적응인데
홀로서기 묵도默禱를 한 마디로 왜곡하다니
야속한 맘까지 다스리느라 애쓴 영유아의 모습이
얼마나 듬직했는지 몰랐다는
아이의 폭풍 성장통 일지를
이 아침에 접수했다네
새벽같이 따끈한 돌솥밥 지어
날개 아래 품듯 품에 꼭 끌어안고
한 시간여 걷고 타고 갈아 타고 다시 걷고 걸어
사 층 계단을 한달음에 뛰어올라
시려 고분 손으로 스마트 도어록 톡톡 누르자마자
안에서 터져 나왔다는 고래 고함
할머니 나가 문 닫고 나가
매일 아침 잠든 영아를 임신부 품에서 떼어내
씻기고, 누이고, 닦이고, 먹이고, 입혀서
버티는 아이 둘러업고 뜀박질로 등원시켜 주는
할머니의 악역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아이의 등원 거부 투정에
그래봤자야
그래도 난 하임이가 최고야
씩씩하게 고봉밥 퍼 들고 문을 나섰었는데
울고불고하며 할머니 품에서
딱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들던 아이가
이젠 마른 겨울을 인내하는 동장군처럼
휙 뒤돌아서서 벌떼처럼 윙윙거리지도 않고
꿋꿋이 엄마 정 떼기와 씨름하고 있는
당당한 홀로서기 오체투지를 실황중계 하며
오늘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있다
내일은 님에게 잊혀지겠지만
각인된 애정의 오늘이기에
행복한 영원한 현재를 한껏 구가하고 있는
저 성장통의 짝사랑이
2023.12.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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