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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2 : 시 여긴 대나무숲이다

2023.12.16 19:51

관리자 조회 수:120

5252시 여긴 대나무숲이다

 
조부는 넝마주이였다
이의 제기를 받았다
내 조부라도 동의하지 않았을 패러디로
애비는 종이었다* 라는 식으로
훅을 걸려고
일자로 아뢨는데
무례히 행해서는 안 되는 애정
만 재확인했다
돋보기로 초점을 맞추다가 마른 선영을 불태운 격이다
돋보기로 태양을 쳐다보다가 실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밤길을 걸어서 새벽길을 내준 거리의 성자를 그려내려 했었는데
부드럽지 못한 첫인상처럼
노골적인 첫 마디가 네 귀를 막아버렸다
전체 공개에서 나만 보기로 돌려세운다
너의 문해력을 탓하지 말고 즐거운 사라**를 탓해야 한다
양상 군자 라는 지혜로운 조상들의 완곡 어법도 있고
은유도 은유 나름이라는 걸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하지 말지니 라면서도
조부는 넝마주이였다.
라는 시구보다
그 소망의 인내로, 그 사랑의 수고를 서로 아끼지 않아, 그 믿음의 역사를 이루어 가고 있는,
목양 일념 삼대三代를 한껏 드높여 줄,
더욱 적합한 두 마디 동기動機는 없었다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친다
여긴 사통팔달 대나무 숲이다
————
* 미당 서정주의 시 <자화상> 부분
** 마광수의 소설 제목
2023.12.10(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