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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6: 시 바람이 분다

2023.12.24 11:58

관리자 조회 수:82

5266: 시 바람이 분다

오늘 밤 내릴 눈 무게는 ‘무거움‘입니다
일기 예보 중이다
두세 배나 더한 습기를 머금어
비닐하우스·축사 붕괴에 거목까지 주저앉힌다는
습설濕雪이란다
바람이 동반한단다
나뭇가지에 켜켜이 쌓일 생의 무게를
죄다 날려 버릴 세찬 바람이기를
원근 각처에서 예배하러 온 이들이
남의 말을 각기 제 말로 알아듣게 된
신의 도성 예루살렘 저잣거리
누적된 바벨의 불통을 쓸어버린
위로부터 불어온 급하고 강한 바람이기를
바다를 뒤집는 바람 불어와
배 밑창에 눌어붙어 있던
요, 나를
사명의 바다에 다시 내던져
기꺼운 구원을 선사한 강력이기를
바람과 바다를 잔잔하게 하신
광풍보다 더 두려운 이를 두려워하게 한
살 떨리게 불어 제친 신풍神風이기를
눈 내리는 족족
만상을 털어내는 센바람처럼
모진 생의 풍파 이끼 낄 틈 없이 불어 제쳐
말갛게 벗겨낸 백설 피부로
겨울 나게 해줄 순백純白의 바람이기를
2023.12.21(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