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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Man of God

2008.10.08 18:04

관리자 조회 수:1546 추천:34

 

영혼 일기 88; Man of God

2008.10.08(수)


난 누구의 사람인가?

미물 거미도 홀로 제 줄을 만든다는데, 내가 그 누구의 줄에 선단 말인가?

난 그렇게 말해왔고,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다고, 홀로 시라소니처럼 살아 온 것도 아니다. 어울려 살며,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더불어 있는 듯 홀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 아침 난, "김성찬, Man of God!"이라는 강단의 선언을 듣는다. 꽃의 호명처럼, 난 꽃이라 불러 줌으로 꽃 된 아침을 맛보았다. 살아오면서 종종 내가 누구의 사람인가 라고, 내 자신에게 물었던 때에도, 난 내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상상은 해보지 못했었다. 난 인맥만 생각했었고, 그 인적 그물에 쏠린 값싼  잡어가 아닌, 한 마리 학처럼 고고한 내 절개와 기백만을 자랑으로 여겼었다.


헌데, 이 아침 그 마지막 가는 길, 그 묘비명에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억되길 소망하는 영에 속한 사람을 대했다. 그가 남들에게 불려지고, 인정받길 원하는 ‘하나님의 사람’이란 용어는 오늘 우리 한국교회에서 그 누구에게나 바겐세일해대는 상투어 ‘크리스천’같은 용어가 아니었다. 서구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일상어로서의 ‘Man of God’이 아니었다. 


유월절에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계시니 많은 사람이 그의 행하시는 표적을 보고 그의 이름을 믿었으나 예수는 그의 몸을 그들에게 의탁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친히 모든 사람을 아심이요 또 사람에 대하여 누구의 증언도 받으실 필요가 없었으니 이는 그가 친히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을 아셨음이니라 요한복음 2장 24-25절

 

그분은 어느 날 문득 이 말씀에 부딪혔었다고 말한다.

이후론 그 누구에게도 사정도, 읍소도 아니하리라. 오직 하나님께만 말하리라.

그후 그분은 먼저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그리고 하나님께서 움직여주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삶을 살아오셨단다.

 

그렇다고 그분이 예수님같은 분은 아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그 공생애 첫 머리에서부터 사람을 아시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셨지만, 우리는 실컷 얻어터지고, 속고 속이며, 상처를 주고 받은 후에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 아닌가?

 

후배들이 목회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난,

"목회란 하면 할수록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는 것이요. 하나님에 대한 믿음만이 더 커져가는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무슨말이겠는가?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불에 댄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듯, 우린 사람을 무서워 한다.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실존적 현실이다.

 

우리 주님은 사람을 알고 사람속으로 들어 오신 사람이시다. 그분은 사람을 알았기에, 알면서 속아주셨고, 배반당할 줄 알면서 품어주셨다. 그래서 그분 안에는 이해, 용납, 교정, 치유가 깃들어 있다. 우리가 본질상 진노의 자녀임을 아셨기에, 내어주심만으로 만족한 삶을 살아내셨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을 모른다. 월급쟁이들이 퇴직하거나, 전업해서 사업을 하면 거의 다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한 사업가는 그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공동적인 이유는, "저들이 사람을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을 믿기에 실패한다는 사실.  그것이 세상이다. 슬플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속담이 그래서 참이다.

 

그렇다면 이 아침에 듣는 "김성찬, Man of God!"이라는 정언적 선언은 무슨 말인가?

하나님만 믿는 사람이라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편벽한 하나님은 아니시기 때문이다.

참 사람이신, 하나님의 사람 - 나사렛 예수.

그분이 'Man of God' 이다.

 

자식을 대하는 어미처럼,

알고도 묵인해 주는 사람다운 사람. 사람을 위한 사람. 사람의 사람.

그런 사람이 'Man of God' 이다.

 

사람을 믿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믿어주는 감각을 지닌 사람.

그가 'Man of God' 이다.

"김성찬, Man of God!"

그래 이후로 난,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주는, 용납해 주는, 사랑해 주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야 하리라.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그 힘의 권능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