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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감사, 거저받은 말씀과 떡에 대하여

2009.11.15 18:40

김성찬 조회 수:1551 추천:18

영혼일기 420: 감사, 거저 받은 말씀과 떡에 대하여

2009.11.15(주일)

어제 저녁 퐄립 사건으로 다소 찜찜한 내가 그 독일여인네 앞에서 설교한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다. 하여 설교 내용 중 도덕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적당히 눙쳐 말씀을 전했다. 그저 은혜만 강조했다. 때론 준엄한 시론 같은 설교로 남들 서늘하게 하고, 내 속이 다 시원한 설교 아닌 강연을 해댄 경우가 있었는데, 이젠 황혼의 미학을 전하고, 한 바다의 포용력을 설파하는 날 왕왕 발견하곤 한다. 이념이나 정파의 경계가 내 안에서 그 어느 때 부터인가 무너져 버려, 난 서슬 퍼런 이념이나 정치공세를 더 이상 펴지도, 펼 수도 없는 중성화 된 몽롱한 날 발견하곤 한다.


감사 절기 설교라서 쉽게 때울 수 있을 것 같아 미적거리다가 그래도 그래서 손에 잡힌 윤사무엘 목사의 설교집을 뒤적거리다가 뜻밖에 좋은 감사주일 설교문을 대했다. 난 주저 없이 그 설교집을 들고 강단에 올랐다. 정말 정성스럽게 갖은 음식을 준비한 식탁처럼 내용이 풍부했다. 시정에 굴러다니는 설교 예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는 그래도 고전적인 설교 예화까지 곁들여 진 윤목사의 설교를 맛있게 전했다. 살을 붙이고, 구성을 좀 달리해서. 남의 설교 베껴먹는 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내게 감동되고, 내가 그 보다 더 잘 준비하기 어려운 설교문의 경우 나는 주저 없이 강단에 들고 올라간다. 통째로.


그 내용 중 아주 좋은 예화가 있었다. 이런 내용이다.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건너 온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한 부류는 하나님(God)을 믿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온 사람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황금(Gold)를 찾아 몰려 든 사람들입니다. 어느 미국 기자가 남미 멕시코 대통령에게 물었답니다. "북미와 중남미는 똑같은 대륙입니다. 그런데 북미는 천국 같고, 중남미는 지옥 같은 데 그 차이가 어디서 생겼다고 생각하삽니까?" 이에 그 대통령의 대답은 간단했답니다. "그거야 이 대륙을 찾아 온 선조들이 처음에 무엇을 구하러 이 땅에 왔느냐의 차이지요."


그랬습니다. 다시 말해 청교도들은 하나님(God)을 찾으러 왔지만, 남미 에스파니아 사람들은 잉카문명에 황금(Gold)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던 것입니다. God에서 'l'자를 하나 붙이면 Gold가 되고, Gold에서 'l'자 하나를 빼면 God이 됩니다. God을 찾으러 간 사람은 Gold도 얻고, 하나님도 만났지만, Gold를 찾으러 간 사람은 God도 만나지 못하고, Gold도 찾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청교도들은 "하나님, 당신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당신으로 내가 기뻐하겠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즐거울 것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게 즐거움이 없습니다." 이것이 청교도들의 신앙이었습니다.


이상과 같은 예화를 난 인용하면서, 이렇게 적용했다.


우리 앞에 놓인 내일, 그 신대륙을 어떤 맘으로 밟아야 할까요?

그래도 Gold 입니까?

Gold가 아닌 God를 앙망하는 믿음으로 나아갑시다.


감사도 훈련으로 되어 집니다. 하박국 고백처럼, 오직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는, 그 한 분 만으로 감사하는 청교도들의 절대 감사로 나아가기 위해 범사에 감사하는 훈련을 지속해 나갑시다.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감사의 절기를 지키라 하심은 바로 그 절대 감사에 이르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와 훈련 지침입니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습니다. 종말이 가까울수록 인간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교만하며, 감사치 아니하며, 무정해 진다(딤후3:2)고 말씀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감사란 과거의 은혜를 찾는 현미경(은혜는 잘 안 보임, 원한은 잘 보이나) 같은 것이요, 미래에 받게 될 은혜를 내다 보는 망원경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궁극적인 감사, 그 근원은 천국에 있습니다. 영생을 소유한 이들이 천성을 향할 때 보리 밥을 먹어도 감사할 수 있지만, 지옥 불로 진입하는 영혼들은 진수성찬에도 감사할 수 없습니다. 사형을 앞 둔 사형수에게 진수성찬이 어떻게 감사의 조건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천성을 소유한 자이기에 주막같은 인생길 푸성귀만으로도 감사하며,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평범함이, 우리네 평범한 일상이 감사의 조건이다. 이것이 범사다.


헬렌 켈러의 <<만일 내가 3일 동안만 볼수 있다면>>

"첫날은, 나를 가르쳐 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분의 얼굴을 볼 것이다. 그리고는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 빛나는 노을을 볼 것이다.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큰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다. 점심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


여기 그 설교문 대미를 장식한 고(故) 손양원 목사는 9가지 감사 기도문을 소개한다.


첫째,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들을 나게 하시니 감사.

둘째, 허다한 많은 성도들 중에서 이런 보배를 나에게 주셨으니 감사.

셋째, 3남 3녀 중에서 가장 귀중한 장남과 차남을 바치게 하였으니 감사.

넷째,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거늘 하물며 두 아들이 순교하였으니 감사.

다섯째, 예수 믿고 와석종신해도 복이라고 했는데 전도 하다 총살 순교했으니 감사.

여섯째, 미국 가려고 준비했던 아들이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 갔으니 내 마음이 안심되어 감사.

일곱째, 내 아들을 죽인 원수를 회개시켜 아들을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여덟째, 내 아들의 순교의 열매로서 무수한 천국의 열매 가 생길 것을 믿으면서 감사.

아홉째,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고 이길 수 있는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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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김채균 목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환우들을 위해 준비했던 감사 떡이 많이 남아서, 한말 반(半) 분량의 백설기를 우리 교회에 전하고 싶다 했다. 난 사양하다가 감사히 받았다. 우리교회도 물론 감사절 떡을 어느 성도가 헌물 했었지만, 난 그 온정을 사양할 수 없었다. 근데, 지난 몇 주 전, 엄마를 먼저 천국에 보낸 지선 자매의 부친과 언니네 식구들이 교횔 나왔었다. 예배 후, 납골당 안치식에 가야 한다 해서 김목사에게 받은 떡을 박스 째 전했다. 하나님은 얼마나 정밀하신지. 그 온정을 우린 그렇게 십분 효율적으로 나누었다. 다시 한 번, 평범한 식물과 비범한 사랑을 우린 맘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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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전화질 해대는(?) 지방회장단 총무 설봉식 목사가 이 늦은 시간까지 또 한 번의 연대를 위한 축제, 그 참석자 보고로 쉴 틈을 주질 않는다. 벌써 40여명이 동의했단다. 못 말리는 동기들. 무사한 그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 상호 애틋한 관계의 지평이 넓어져 가는 홍복에 가을밤이 허허롭지 않다. 오는 제주컨퍼런스 시에 애송시, 넋두리, 귀엣말을 시화(詩畵)로 구성해 지참해 달라고 공지했다. 구장, 전체 그 구석구석까지 활용하는 올라운드 플레이를 진두지휘하는 광폭 리더십 구상이 내게 또 하나의 희열이다. 감사하다. 내 수족 같은 형제 설목사 부부와의 교제도 그렇고, 모든 동기들의 호상간의 연모도 그렇다. 정말 그렇다. 살맛나는 관계의 확장. 이 홍복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찬양을 드린다.

티비에서 내가 젤 잘 부르는 ‘옛 시인의 노래’를 원조 한경애 씨가 나와 열창했다. 이어서 ‘타인의 계절’을 아련히 불러댔다. 사이버 공간, 고(故) 노무현을 연모하는 어떤 이의 블러그에서 울려 퍼지는 그 노래를 이 시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이른 밤 된 늦가을, 지금 밖은 한기가 쌩쌩 거린다는 데, 난 따뜻한 방에서 영혼일기를 쓰는 훈훈한 안식을 누리는 행복에 정말, 참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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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계절 - 이경미 작시/이현섭 작곡/노래 한경애


그대를 사랑하면 할수록 이렇게 외로워지는 건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이 너무도 깊은 까닭에


우리사랑 여기 이대로 머물 수 있을까

오늘이 가고 먼 훗날에도 남아 있을까


사랑이 깊어 가면 갈수록 우리들 가슴은 빈 술잔

낯선 바람은 꽃잎 떨구고 눈물이 되여 고여라


우리사랑 여기 이대로 머물 수 있을까

오늘이 가고 먼 훗날에도 남아 있을까


사랑이 깊어 가면 갈수록 우리들 가슴은 빈 술잔

낯선 바람은 꽃잎 떨구고 눈물이 되여 고여라 눈물이 되어 고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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