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683: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2011.03.17 22:30

김성찬 조회 수:1541 추천:37





영혼일기 683: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2011.03.17(목)


//
 

        지란지교를 꿈꾸며 글 /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 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제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많은 아름답게 지니니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어디선가 때깔 곱고, 맛있는 빵이 한 박스 우리 집으로 날아 왔습니다.
문득,
설봉식 동무네 교회 건축공사 인부들이 생각났습니다.
하여,
득달같이 빵을 싣고 친구한테 갔습니다.

바울을 실은 로마로 향한 배가 기독교를 세계화 했다는데,
풀빵 실은 트라제는 우리네 지란지교를 빛냈습니다.

봄바람에 가슴이 시립니다.

그 누군가 내게
봄날이 간다~
한 곡조 뽑아 줬으면,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이 기적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