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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일기 1137: 수사(修士)의 땅에서, 우리의 아들 요셉에게.
2012.11.29(목)

말세의 성도들을 완전케 하여, 주님 재림 시 들림 받게 해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위해 일생을 투신해 오셨다는 이경환 목사님께서, 오늘 103년 차 동기회 개회예배 설교 중에 이런 깨침을 우리에게 증거 했다.

개척교회 목사로서 품은 아이들이 무려 다섯, 병원 갈 돈도 없었지만,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는 진리에 굳게 선 이경환-김군자 목사님 부부는 열병에 시달리는 아이를 붙잡고 밤새워 하나님께 속히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하곤 했단다. 의인의 간구를 역사하는 힘이 많아 그분들의 전심전력을 기울인 피나는 자식 사랑 기도는 늘 효험을 보곤 했단다.

그러다가 한 번은 아픈 자녀를 위해 밤이 새도록 간절히 하나님께 치유의 은혜를 내려달라고 몸부림 쳐대며 울고 불며 매달리던 중, 이런 음성이 귀에 들려왔단다.

“이 목사야, 내가 너보다 더 이 아이를 사랑한다.”

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의 다정한 음성에 맘을 놓으며 경환 형은 감사의 눈물을 쏟았단다. 그 하나님께서 육신의 아비 이경환-김군자 부부보다 더 사랑하시는 그분들의 아들, 딸들은 판사, 목사, 박사가 되어 오늘 세계를 선교의 무대삼아 빛나는 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오늘은 좋은 날.
눈이 큰 아이 선호. 그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데, 
그 살가운 선호 부부를 만나러 갔던 신평 행, 
오늘은 기분 째지는 날.

이 해가 가기 전에 우리는 다시 만나야 했기에 세상에서 제일로 맛난 차 103년차 동기들은 충남 당진군 신평면 거산리 133-3에 선 신평성결교회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때는 연말. 다들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목회를 준비해야 하는 가장 긴장되고 바쁜 철이라서 많은 동기들이 오고 싶어도 못 왔지만, 그래도 만사제패하고 달려 온 우리 일곱 가정 14명의 형제자매들은 그 사랑과 우정의 열기로 신평면을 가득 채웠다. 시종일관 환호작약, 화기애애, 파안대소로 하루를 즐겼다. 103년차에서만 맛볼 수 있는 티 없는 흥분이 아산 방조제를 넘실넘실 타고 넘었다.

먼저 예배를 드린 후, 덕숭산(德崇山)에 위치한 수덕사로 향했다. 덕숭산, 덕을 숭상하는 뫼. 얼마나 근본이 있는 산인가? 그 덕숭산 수덕사 턱밑에 위치한 토속 음식점에서 우리는 산채정식으로 배를 채웠다. 음식이 정갈하고, 산채의 풍미가 넘쳤다. 나는 산채의 향에 취해 그 밥상 앞에서 심한 주사를 부렸다. 내 잘난 척에 다들 좋아라(?) 했다.

수덕사(修德寺) 비구니 사찰이라는 특색만으로도 사내들의 본능적 호기심을 은근히 유발시키는 수덕사. 나는 청년 시절부터 수덕사를 연모(戀慕)해 왔었다. 그 사찰에 머물었던 파란곡절 여승 일엽 때문에. 나는 가곡 ‘그집앞’을 지나는 심정으로 일생 꼭 밟고 싶었던 수덕사에 들어섰다. 일엽(一葉) 그녀의 속명은 김원주. 목사의 딸로 이화여전을 거쳐 동경 유학을 하고, 동경 유학시절 일본 청년과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양가의 반대) 사생아를 낳고, 귀국하여 결혼 했으나 실패했고, 화가 나혜석 등과 ‘자유연애론’로 ‘신정조론’을 주장하며 개화기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그런 그녀가 불교에 귀의했었다. 호이자 법명인 일엽(一葉)은 춘원 이광수가 붙어 준 이름이다.

그녀의 속세에 대한 애증이 승화 된 환희대(歡喜臺)에서 나는 그녀의 피어린 문집 「청춘을 불사르고」에서 그녀가 발한 “누구나 사람을 믿는다면 철저해야 하며 믿는 그에게서 의외의 일이 발견되더라도 실망 없이 여전하게 믿어 가는 것이 신의(信意)다.”라는 일편단심 애정의 결기를 대했다.


애틋한 그 산에서 내려 와 풍진에 썩은 명리를 세심천(洗心泉)에서 씻고, 신평 탁구장에서 신평교회 당회장배 일합을 겨뤘다. 유남규, 오상은과 교류하는(무늬만?) 탁구 마니아(mania) 한선호 목사님이 교회 반(半) 지하 공간에 마루가 깐 탁구장을 꾸며 놨다. 지구촌 그 어디에도 이만큼 완벽한 교회 내의 시설은 없을 거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 거라는 데도, 나는 사랑은 무례를 무례로 받아들이지 않는 거라고 내심 우기며, 맘이 큰 아이 선호 목사에게 장어구이를 만찬으로 즐기자는 무례를 선사했다. ‘먹쇠’라는 서구식 고급 장어구이 집에서 우리는 해질녘에 동참한 동기 부부들과 더불어 입안에 절로 녹아드는 민물장어의 고소한 맛을 즐겼다. 디저트로 나온 장어탕은 깊이가 다른 특미(特味)였다. 단 한나절 만에 지갑에서 한 장 정도가 날아갔을 거다. 그랬어도 눈도 맘도 큰 아이 선호-선화 목사 부부는 103년차 동기들을 위해 한 장 정도 우리가 못 쓰겠느냐고 환히 웃어줬다.

사실 오늘 회동은 정기행사라기 보다,
선호-선화 그네들이 가슴으로 낳아 가슴으로 키운 아들의 결혼 축하 뒤풀이 성격이 강했다.

우리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곧잘 쓴다. 어미가 된다는 것이, 어미 구실을 한다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 생의 짐인지 모른다. 평론가 이상숙은 그녀의 평론집「시인의 동경과 모국어」에서 어머니를 이렇게 평했다. “내 존재의 근원이지만 늘 자신의 피조물에 복종하는 어리석은 신(神)이며, 제 몸에서 나온 피와 살의 끝없는 양식이 되는 고행의 수사(修士).”라고.

첫사랑의 몸부림으로 생산한 사생아를 둔 일엽(一葉)은 그녀가 칩거한 수덕사로 찾아 와, 그녀의 품을 파고드는 아들을 문밖에 세워두고, “나를 어머니라 부르기 마라. 이곳은 절이니라. 스님이라 불러라.”라고 절연을 선언했다고 한다. 제 몸에서 나온 핏덩이를 문밖에 내친 일엽의 단장(斷腸).

그 중원(中原)은 에미의 단장(斷腸)의 비애를 이어가는 수사(修士)의 땅인가 보다.

수덕사의 일엽(一葉)은 문밖 자식을 내치는 단장의 비애로 일생 산정의 적막을 택했다면, 신평의 선화는 가슴으로 낳은 아들을 비수처럼 끌어안고 몸부림 친 능동적 고행을 결코 마다하지 않은 저자거리의 수사(修士)였다.

그래, 이 땅의 에미들이 불러일으키는 슬픔의 근원은 늘 자식들이었다.

그 아들이 장가를 들었단다. 제 몸으로 키운 자식의 끝없는 양식이 되는 고행의 수사(修士)로서의 색다른 제 2인생이 시작되었단다. 그녀는 그랬다. 하늘 아버지께 너를 위해 눈물로 쌓아 둔, 내 너를 위해 비축해 둔 무한(無限) 기도를 양식 삼아 이 땅에서도 승승장구 하거라.

열병에 숨넘어가는 자식을 위해 기도로 밤새우다가 깨친 이경환 형의 깨침.

“이 목사야, 내가 너보다 더 이 아이를 사랑한다.”

“선호-선화야, 내가 너희들보다 더 이 아이를 아파했단다.”

선호와 선화보다, 아니 요셉이보다 요셉이를 더 아파한 하늘 아버지께서,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요셉이의 앞날을 환히 인도해 주시리라, 우리는 굳게 믿는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아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 새끼도 돌보시는 창조의 신비처럼 사랑의 목자 한선호-김선화 부부를 통해 생명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신 하나님. 자식이 급했던 그네들에게 이른 손(孫)을 번개같이 허락하신 하나님은 정말 공평하신 하나님이시다.

육순도 안 된 그네들이 이젠 이런 농을 던지며 한갓진 삶의 여유를 부리며 산단다. 겨우 24살밖에 안된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방위병을 둔, 삼례 목사 부부에게, “아직까지 자식도 안 여의고 뭐 했냐”고 농을 쳐댔단다. 엊그제, 스물 셋 꼬마 신랑을 본 시아버님, 한선호 옹(翁)께서. ㅋ, ㅋ

수고했다.
감사했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요셉아, 네 덕에 우리 모두는 …….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시편 121편을 너에게 주의 이름으로 선사한다.

제 121 편

1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2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3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4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5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6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7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8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p.s
존경하고 사랑하는 103년차
동기 여러분,
오늘 본인은 민주적이고, 순적한 권력이양을 하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다시 거부당했습니다.

법통 이 목사님께서 일갈하신,
하나, 오늘 안건에 그런 건(件)이 예고 된 일이 없었고,
둘, 회의 정족수가 미달이라서 그 안건을 처리할 수 없다는 동의가 성립되어 가결되어버렸습니다.


이 겨울은 그냥 일인 독재 체제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차기 모임에 재론할 예정입니다. 미리 공지하오니 부디 회의 정족수를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근디, 회의 정족수가 얼마인지는 며느리도 몰러.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 반갑게 재회합시다.
감사.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