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 득의만면
2011.04.02 10:38
영혼일기 692: 득의만면
2011.04.01(금)
득의만면
만우절에 찾아오겠다던 남방 귀인의 낯선 자기 다짐이
현실이 되자 외려 속임수 같던 만우절에
귀인과 함께 찾아든 외딴 방에서
오늘 따라 손님 모두가 다 목사들이라며
삼삼오오 내 옆구리에 둥지를 튼 파리한 몰골들을 가리키는
외진 숲지기
들뜬 촌장 멘트에
세상을 이길 힘이 없어서…….
커밍아웃을 하자
돌연 펄쩍 뛰어오르며 손 높이 치켜들고
그 말이 맘에 쏙 와 닿네,
긴급동의를 발하며
자신의 심실(心室)을 내 귀에 바짝 갖다 들이대던
산골 어둔리 촌장은
세상을 이길 힘이 없어
일찍이 산협(山峽)으로 파고들었다며
동지들 만나 반갑다며
믿음의 동지들 만나 반갑다며
역시
세상을 이길 힘은 없다는 막장 믿음으로
이길 세상조차 없는
이 궁벽 한촌에 둥지를 틀었던 자신의 믿음이
콕, 정곡을 찌른 당신의 말 한마디로
만인의 진리임이 확증되었다며
세속도시는커녕, 백납 같은 교회조차 이길 힘이 없어
이단자 된 낙담에 겨워
세상을 이길 힘이란 도시 없다는
인본주의 막장 믿음을 숭상하는 산골 촌장을 교주삼아
거짓이 위선보다 더 진실할 수 있음을 보여 준 만우절에
자진 투항한 영적 화전민들을
화들짝 반기던
삶을 팔아 믿음을 산
산속 찻집 하우디 하우스 촌장의
저
섬광 된
득의만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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