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 이브의 사과
2010.11.18 23:29
2010.11.18(목)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그녀의 詩 ‘양파’에서
벗겨도, 벗겨도 한 결 같은 양파의 일관성을 탐하며,
(前略)
양파가 가진 저 완전무결한 우둔함과 무지함은
우리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양파⌟부분)고, 인간 한계를 발설했다.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아니라는 데 아니라고 윽박지를 순 없지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아니라고 한들 아니라고 할 비방이 없지
그래 우린 너와 나 그 누구 할 것 없이 양파일 순 없는 인간들이기에, 벗겨도, 벗겨도 한 결 같은 양파의 일관성을 어찌 우리 골수에서 추출해 내리요.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하고, 증인을 내 세우고, 녹취록을 풀어 제치고, 하늘의 눈을 작동시켜도,
매운 눈물로 제 진실을 발하는 완전무결한 양파의 일관성을,
한 올도 추출해 낼 수 없는,
벗겨도, 벗겨도 본색을 토해내지 않는,
우리 안에 똬리를 튼 이 완전무결한 교리적 간교함
들키지말라 실토하지말라 뒤집어씌워라
매운 눈물 없이도, 맨 입으로도
단 맛을 내는,
벗겨도, 벗겨도 단 맛 뿐인 우리는 이브의 사과
이브의 사과가 가진 저 완전무결한 간교함과 영악함은
우리에게 무지 허락되었다
말세지말, 금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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