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애린(愛隣), 가을 끝 까치 밥
2010.12.10 20:38
영혼일기 619: 애린(愛隣), 가을 끝 까치 밥
2010.12.10(금)
만년 이 강토를 휘감아 돌며 소곤대던 생명 강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절단 난 자리에, 퇴행적 정치 공학적 언사만이 가득하다. 4대강 개발. 그동안 나는 그 개발에 대해 침묵해 왔다. 왜냐하면 내게는 그 개발의 미래를 예측할 만한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금 그 개발을 위한 집권당의 불도저식 강행은 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마디 내던지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개발은 그 절차와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일에 철저히 실패했다. 지나치다. 거칠다. 오만하다. 생명 강을 뒤집는 일인데도, 뭐가 그리도 급한지 강공일변도다. 그 속도전의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생명 강을 밤낮없이 마구 뒤집는 저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특정지역의 노골적으로 표출된 복심, 지역 이기주의의 송곳 같다. 서해안 시대의 도래에 긴장한 동해안 세력들의 지역이기(地域利己) 보신정책 같다. 첨단공학 21세기에 자연 강을 콘크리트블록화 하는 전근대적인 토목공사라니? 토목공사 시절인 7-80년대에 김대중 대통령은 감옥에서 공부하다가 앨빈 토플러를 만나 미래 산업-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 산업을 꿈꾸었고, 결국 실현해 냈었다. 근데 21세기 MB정부는 기술 산업의 퇴행 작업을 서슴지 않고 있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끊은 것은, 이처럼 기대할 만한 정치가도, 정치 집단도 없다 여기기 때문이다. 4대강 개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내 자신의 부족한 식견이 안타깝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미친 속도전이다. 4대강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회피하고, 겉핥기식 환경영향평가에다 수자원 공사에 예산 떠넘기기 등 태생부터 온갖 편법으로 얼룩졌다. 이런 과정을 무시한 결과는 대중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결과지상주의는 그 결과마저 빛을 잃게 만들 것이다.
이런 졸속에 더해, 오늘 조간은 4대강 죽이는 ‘친수법’을 한나라당이 국회 심의도 생략하고 기습 처리했다고 한다. 한심하다. ‘친수법’이란,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의 약자다. 경향신문의 기사를 더 인용해 보자.
“친수법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법이다. 4대강 주변 난개발을 합법화할 수 있고, 정부의 4대강 사업 ‘분식회계’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강 사업비 절반 이상(7조9700억원)을 떠안은 배경과 목적은 친수법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무리한 국책사업의 재정 부담을 수공에 전가하기 위해 수변 개발권이란 특혜를 부여하고, 이것이 난개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 지점에 친수법이 있는 것이다. …중략(中略)…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과 달리 사실상 ‘4대강 죽이기’로 왜곡될 수 있는 법안의 내용이다. 친수법은 4대강 등 국가하천 주변을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수공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 등이 관광·레저·주거·유통·산업 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3002㎞의 국가하천변 양쪽 2㎞를 개발하는 것으로 총면적은 전체 국토의 12%인 1만2008㎢에 달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 도로·리조트·콘도·골프장·놀이공원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친수법이 신법·특별법임을 감안하면 기존 수변 환경과 상수도원 보호를 위해 각종 인허가를 규정한 29개 관련 법들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민주당 등 야당이 환경파괴 ‘악법’으로 비판해온 이유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공기업이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 개발을 할 것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수공의 투자분 8조원을 모두 보전하려면, 실제 사업은 이윤율 10%를 기준으로 할 때 80조원 규모로 벌여야 한다. 4대강 사업(15조4000억원)의 5배 이상 규모다. 4대강의 전 수변이 ‘골프장화’ ‘위락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김광호 기자)
국민은 무력하나, 강산은 결코 무력하지 않다.
4대강은 홀로 죽지 않을 것이다.
설령 기우일지라도,
만의 하나 닥칠지 모른 재앙을 염려하는 공동의 숙의(熟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겨진다.
기도한다.
4대강 개발이 장차 이 민족사에 재앙이 아닌, 번영으로 화하길 간구한다.
그런 지혜를 서로 주고 받는 절차적 정당성이 뒤늦게라도 확보되길 바란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신문 기사와 사설들이 내 눈을 끌었다. 이런 제목의 사설이 내 맘을 상하게 했다.
“
[사설]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0원’에 분노한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어제 국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며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포탄을 쏘는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이 예산안에는 방학기간 결식아동의 급식지원비가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이 굶는 아이들 밥그릇을 깨뜨린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밥 굶는 방학이 슬픈 40여만명의 아이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럽고 참담할 따름이다.
학기 중 교육청이 급식을 지원하는 결식아동이 70만명에 달한다. 방학 중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지원을 맡지만, 열악한 재정 탓에 혜택은 40%에도 못미친다.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은 원래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 사업이지만, 지자체의 재정부담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지원 예산을 배정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9년 542억원의 국가예산을 지원했고,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올해 절반 가까이 줄어 285억원이 배정됐다가 내년도 예산에선 전액 삭감된 것이다. 이 예산안은 국고보조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부대의견만 채택된 채 예결위로 넘어갔으나 제대로 심의조차 안된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2012년까지 부자들에게 90조원의 세금을 감해주고, 내년도 4대강 사업에 9조6000억원을 쏟아붓겠다면서 40만명이 넘는 아이들의 허기(虛飢)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밥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 이번 강행처리에서는 무상급식 예산도 ‘0원’을 기록했다. 부자감세는 구국(救國)이고 무상급식의 보편적 복지는 망국(亡國)이라는 미망(迷妄)에 사로잡힌 채 정부가 공정사회와 친서민 깃발만 흔들고 있는 셈이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은 무상급식과도 차원이 다르다. 배곯는 아이들은 개학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눈칫밥도 없어 눈물을 삼켜야 한다. 500억원이면 40여만명의 아이들이 방학 중 점심을 굶지 않을 수 있다. 전체 예산의 0.006%다. 이것도 못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순 없다.”
이는 한마디로 공리주의, 최대다수 최대행복의 최대 허점이다.
부자들은 절대로 모른다. 왜 저들이 밥을 굶고 있는지를. 열심히 노력하면 밥을 굶겠는가? 악하고, 게으른 것들. 요령 없는 것들. 그렇게 한마디로 밥을 굶는 사람들을 무시해 버린다. 그럴 수 있다. 몸을 움직이면 적어도 밥은 굶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무능한 아빠도, 엄마도 없는 아이는 밥을 굶을 수밖에 없다. 그 아이들은 굶어도 싼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나라가 입에 풀칠은 하게 해 줘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섬기는 공복들의 의무다. 그런데 단 돈 10원도 결식아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말 되지 않는 말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지만, 결식아동들에게 하루 한 끼니의 밥은 나라가 먹여 줘야 한다. 날치기 직전 151개 사업 증액은 대부분이 '실세 예산'이란다. 무려 4600억원을 밀어 넣었단다. 그런데 정작 결식아동 급식비 ‘0원’에 양육수당, 예방접종비 등 복지 예산은 원위치란다. 저들이 목청 높이는 출산과 양육을 통한 부국강병은 국민 기만 구호다.
이 먹을거리 풍성한 가을에.
밀 이삭을 가난한 자와 과부들을 위해 남겨 놓은
성경적 애린(愛隣) 사상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과부를 위해 배려한 밀 이삭에서 이스라엘의 최대 번영을 이룬 왕 다윗을 얻었다. 우리 국가가 내민 밥 한 보시기 속에서 내일의 국가적 동량(棟梁)들이 배출될 것이다. 북한에 쌀도 보내줘라. 군량미로 삼을지라도 보태줘라. 미군부대에서 새어 나온 부대찌개로 우리네 허기진 배를 불렸던 것 아니냐?
친미정부. 장로MB란 용어 속에는, 성경적인 애린 사상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아 알라.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19:9-10)
룻이 이삭을 주우러 일어날 때에 보아스가 자기 소년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그에게 곡식 단 사이에서 줍게 하고, 책망하지 말며 / 또 그를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그에게 줍게 하고 꾸짖지 말라 하니라(룻2:15-16)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사58:6-9).
애린(愛隣) 사상과 실천으로 점철된 이스라엘 역사는 우리 민족사이기도 하다.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사랑/ 김남주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 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천장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 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댓글 6
-
아침이슬
2010.12.11 11:37
-
김성찬
2010.12.11 16:34
……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의 메아리없는 천장호가 그 폭주기관차 입니다.
방금 어느 인사에게 불려갔다 왔습니다.
세속사회만이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독주, 독식, 독단이 판치고 있습니다.
그 힘든 대역사에 한 점 힘을, 거의 보탠 적도 없는 관리자들이,
결의를 뒤집고, 제 얼굴만 내려고 안달이고,
그 비싼 공동경비를 자기 정치적 포석 놓는 비자금화 하고 있습니다.
가관입니다. 역겹습니다.
냄새납니다.
엄중하게 /감사/할 것입니다.
-
김성찬
2010.12.14 09:12
눈물이 난다. '난개발'이라는 말에. 자연파괴라는 말보다 더 모욕적이다.
생명 강이라는 데. 생명을 무분별하게, 무차별적으로 찢어 발긴다는 말같아서, 그 무모함에 가슴이 아리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 사업이 난수표같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내게 그런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한 정치혐오 때문에 관심을 주지 않았던 4개강사업이, 갑자기 내 현실처럼 느껴짐은 어찌된 연고인지? 알 수 없다.
천주교 사제단의 신선한 4대강사업에 대한 공방을 보면서, 개신교 목사인 나는 너무나 저자거리 썩은 생선 토막에만 관심을 두는 비린 존재라는 각성이 든다. 사제단이 밥먹고 할일 없는 사람들은 아닐 터. 나는 밥먹고 생각도 없는 사람인 듯 여겨져 맘이 심히 불편하다.
전국아동센터협의회에서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스테인리스 식판을 든 채,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을 촉구했다는 기사와 사진이 떴다.
지난 주일은(12/12) 수년만에 첨으로 교리에서 벗어나, 현실참여에 대한 말씀을 설파했다.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로 했다. 오는 성탄절 헌금은 결식아동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
구재천
2010.12.14 10:47
구재천
노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위(爲)'는 곧 인위를 뜻합니다. '무위'는 이러한 인간의 인위를 배제하는 것이죠. 또한 '자연(自然)'은 도의 특성으로서 사람이 아는 물리적 대상이 아니죠.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일 뿐이란 뜻이래요. 물은 그냥 흘러거게 나두는 게 현명한 것 같은데 말이죠. 자연은 그대로 나 두어야합니다. 자연보다 위대한 것은 없지요. 인위로 자연을 거스리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느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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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2010.12.14 13:49
매서운 날씨에 연탄 한 장으로 추위를 녹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연탄 한 장으로 얼음보다 차가운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월세 날짜에 주눅 들어, 몸과 맘이 얼어가고 있습니다.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서
독주, 독단, 독식을 내려놓고, 자기 희생이 있다면,
이 겨울이 따뜻할 것입니다.
주변의 작은 신음 소리에도 귀 기울여 줄 그런 분들은 없을까요? -
김성찬
2010.12.14 19:37
산불도 끄지 않는 동네가 있습니다.
산불에 씨방을 터뜨리는 식물도 있기 때문입니다.
절로 그러하게, 내버려 둬야 합니다.
뱅크셔나무가 그렇답니다.
산불이 나야 번식하는 나무.
내 안에서 산불이 일었습니다.
한때 벽촌 코흘리개들의 훈장노릇을 했던 나는,
결식아동 급식비 제로,
라는 말에 산불이 내 안에서 일었습니다.
0원구원은 없습니다.
내가 세상 밖으로 뛰쳐 나온 것은,
그 역겨운 인간 살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앙공동체도------.
내안에서 불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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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워낙 사안이 후안무치적인 지라, 말이지요.
발상이 전근대적이면서도 역사 퇴행적인 것은 물론이고
그 집행과정은 절차성과 진행성에서 반 민주적 전제적행태이고
이득을 취하는 경제동물적 근성은 무한폭식의 천민적 탐욕자와 같으니
이 일, 사대강 개발이 대운하가 되고,
결국은 산천과 국토, 백성들의 핍진한 삶의 모습이 선연히 예상됩니다.
이 폭주기관차를 어찌해야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