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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 익숙하지 않는 직통 계시와의 조우

2011.01.27 22:43

김성찬 조회 수:1639 추천:32

영혼일기 653: 익숙하지 않는 직통 계시와의 조우

2011.01.27(목)

밤이 깊어 가는데,
기도로 깨어 있던 동기 최일만 목사님께서 잠들어 가던 내게 은밀한 접속을 시도했습니다.

알 수 없습니다.

왜 내가 그 직통계시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그래 잠든 내 영혼은 감지할 수 없었겠지요. 그는 깨어 있었고, 깨어 있던 그가 받은 감동이었기에 나도 감동했습니다. 내민 손에 손 내민다는 것이, 먼저 손 내밀어 주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손을 반쯤 펴고, 그 동기 사랑의 직통계시를 내것 삼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직통 계시와의 조우로 다소 민망합니다. 나보다 어린 이에게서 받는 사랑이기에 낯설고, 면구스럽습니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데, 그것도 ‘그사랑’ 안에서는 거짓인가 봅니다. 동기애에 충만한 밤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충서지방회 조영래 목사님의 초청에 ‘사람의 깊이’를 맛보았는데, 최목사님의 따뜻한 배려에 혹한이 녹아내립니다. 103차 모든 동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필승! 충성! 단결!




직통계시 일백만원정



곳간에 산해진미 가득 쌓아놓고도
멸치 한 포대만 더 있었으면 하고 기도했더니
번개처럼 직통 응답을 받았다며 득의만면해 하던
기도와 응답의 상관관계를 비린 멸젓으로 버무려버리던 친구목사에 대한
모멸감이 무시로 오버랩 되어
멸치의 ‘멸’자도 입으로 되뇌어 본 적이 없던 내게


칠흑 어둠이 더 깊어지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라 ̂ 는 전통(電通)을 받았다며

한밤중 선잠을 깨워 놓은
103차 동기, 혹한 속에서도 기도의 ‘일만’하는 최(崔)목사의
귓전을 때리는 겸허한 하늘 모음(母音)
직통계시 일백만원정

그믐 밤 달빛처럼 드러낼 수 없는 그리움 된 아들이
10년 만에 조우로 눈멀고, 귀먼 노모에게서
이내 돌아서며 헤진 적삼에 찔러 댄 조의금처럼
손 내밀어 냉큼 받기에는
풀기어린 새 옷처럼 거북하고 꾀죄죄한 헌옷처럼 민망한
직통계시 일백만원정

여전히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오늘도 하나님의 신은 그 수면 위에 운행하시는가?

계좌번호를 찍어 달래서
난색을 표하는 손길에 의뢰했더니
훈장의 단 회초리에 처음으로 내민 모범생의 손길마냥
부르르 떨리다 찍어 댄 주민등록번호
511018 - *******

문자화 된 계시의 말씀도 내겐 여전히 난해한 데
이 깊은 밤 내게 할당 된 뜬금없는
직통계시 일백만원정

당신(Thou) …… 의,
드디어 열린 파릇한 격려금인지 마침내 접은 경로 위로금인지?
난수표보다 판독이 더 어려운
내민 손에 손 내밀기


*******

 ̂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네.

   그러나 잠들기 전에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더 걸어가야 할 몇 마일이 남아 있다네. (로버트 프로스트,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