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3 : 시 노경은
2024.03.21 21:43
5413시 노경은
노경[老境]은 젊은 원색 시절과는 다르게 무채색이고, 노경은 달관과 체념의 지혜로 원숙함에 도달한다(장석주)고 하지만, 나는 아직 젊은 건지, 삭지도, 익지도 못해 늘 푸르뎅뎅하다. 젊었던 내 마음이 넉넉지 못했다는 사실이 점점 또렷해지면서, 부끄러움과 회한이 뒤섞여 가슴에 불그스레한 거품을 남긴다(복거일)고도 하지만, 물론 그런 회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난 넉넉지 못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아직도 젊다는 말인가?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이 바뀐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푸르뎅뎅한 건, 내가 너무 한기에 노출되었었다는 말이 아닐까? 아니, 보다 한기를 심하게 느끼는 여린 심사를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행여, 납독에 노출된 존재였지 않았을까? 맺힌 게 없으니 익어갈 수도 없지 않았을까? 어젯밤에 이삼십 대 때의 의분을 분출했다. 얻어맞고, 배제당해 울며 품을 파고드는 제 자식을 밀쳐내는 향리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말을 가로막고, 관계를 차단했다. 난 아직도 젊다. 달관과 체념은 내겐 멀다. 영원히 접점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 것 같다. 거의 틀림없이. 이공이사년 삼월 십오일 금요일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직전의 금요일이다.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수면의 날>이다. 만사 공평•공정해야 국민이 단잠을 이룰 수 있다. 단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이 땅에는 가득하다. 곱게 늙어갈 수가 없다. 만년 청년 예수처럼!! 2024.03.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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