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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4시 철든 노망 중

2024.03.21 21:46

관리자 조회 수:161

5414시 철든 노망 중

 

무언가를 누리려 한 건 아니었다

단지 무언가를 남기려 했을 뿐이다
남기지도 못했고 누리지도 못했다
남기지도 못할걸, 누리기라도 해야 했다
금가락지를 손에 낀 탕자가 부럽다
탕아가 남긴 고백록을 필사하고 싶다
맺지 못할 열매였다면
꽃잎이라도 따 먹었어야 했다
토하면서라도 채웠어야 했고
비온 뒤 길 나섰어야 했다
고여 썩느니 뿜어냈어야 했고
살아 죽느니 죽어 살아야 했다
날지도 못하고 풍뎅이처럼 맴돌기만 했으니
골다공증 판정 전에
골수 기증이라도 했어야 했다
돌이킬 수 없지만
몸을 뒤집으려 다하는 안간힘
철든 노망 중
2024.03.15(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