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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3: 끼룩 끼룩

2023.12.03 16:09

관리자 조회 수:62

5233시 끼룩끼룩

조부는 넝마주이였다
새벽종이 금지된 메트로폴리스에서
덜거덩덜거덩 수레 끄는 소리로 새벽을 열며
빈 종이 박스를 기도로 모았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할 무렵
정산한 연 수입 100만 원을 다 털어 바꾼
백미 열 포대를
새벽 불 꺼진 이웃 지하 예배당 문 앞에 내려놓았다.
함께 피를 나누던 아들이 아버지를 피해 섬으로 달아났다
빈 박스가 없는 섬으로 갔다
어린 갈매기들이 밥을 달라고 끼룩끼룩 울었다
아들은 갈매기 먹을거리를 구하러 배에 올랐다
아들의 아들은
매번 빈 배로 돌아온 아버지를 부르며
끼룩끼룩 울었다
만날 울다가 목이 트였다
노래가 터져 나왔다
넝마를 줍고, 선창을 헤매며 토해낸 애통이
노래가 되어 세상을 울렸다
너의 삶의 참 주인/너의 참 부모이신//하나님 그 손에/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너를 이끄시는 주//하나님 그 손에/너의 삶을 드린다*
아비이기를 포기한 자기희생의 자리에
좌정해 계신 참 부모
너무 매정하다며
끼룩끼룩 울었다
사상보다 더 잔인한 신앙이
오롯이 전수된 이들만을 그러모아
그 잔인을 겨루게 한
끼룩끼룩 경연대회가 눈부셨다
대상大賞은 더욱더 부셨다
———
* CTS K 가스펠 경연 시즌 2에서 <대상>을 거머쥔 조부 송전호 원로 목사, 부친 섬마을 목회자 송대영 목사의, 손자요, 아들인 송주섭 군이 부른 <요게벳의 노래> 가사 일부.
2023.11.2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