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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9더조이유니언 이야기 338 청미 처방전

<<청미 처방전>>
아이를 키워보니 인간 성악설이 맞더라는 말을 어느 아동 심리 학자가 내뱉었다. 소름이 돋았다. 기독교의 인간론이 그에 맞닿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랬다. 아이가 커가면서 말을 배우고 있다. 두 돌 맞으며 소유격을 구사한다. 엄마 꺼, 아빠 거, 하임이 꺼!! 경이롭고, 든든하다. 동시에 <같이, 같이>라는 말도 잘 구사한다. 그래 여럿이 함께 가는 방식으로서의 삶이 사람다운 삶임을 유아가 나에게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요즘 며칠 새 더조이유니언 이야기가 자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맘 나누는 사람들이 물질까지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보화가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마6:21)는 예수의 말씀이 진리다.
엄정순 목사께서 보내온 물질이 더불어숲에 불을 붙였다. 오늘 새벽을 환히 밝혔다. 해가 뜨기 전에 그 누군가의 마음의 등불이 환하게 켜졌기 때문이다.
추석 명절에 교회에서 명절 떡값도 못 받을 것 같은 목회자 가정에 보낼 떡값으로, 엄정순 목사께서 보내온 50만 원의 물질을 사용하겠다며, 위하여 함께 기도해 주시라는 글을(더조이유니언 이야기 335) 올렸었다.
그랬더니,
입금 500,000원
09/02 03:31 김청미
더조이유니언 통장에 입금되어 있었다.
우리 더조이유니언 이야기를 페북에서 처음 접하신, 김청미 님께서 50만 원을 보내오셨다.
그냥 꼬옥 안아주세요 ㅡ너무나 공감되는 말씀 자꾸 글을 읽으며 은혜를 받는듯 합니다 우짠지 저도 나누고 싶어 쪼메 보태봅니다/김청미
김청미 님은 내가 지난 7월 초, 난생처음으로 참석했던, 2023 생명과문학 여름문학 캠프에서 처음으로 만난 시인이자 약사다. 그날 이후 서로 시집을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더조이유니언 이야기를 읽고, 성령의 교통하심 따라 금쪽같은 물질을 보내오셨다.
감사합니다. 근데 우리 단체 더조이유니언 계좌 번호를 어떻게 아셨는지요? 보내주신 귀한 물질 주의 이름으로 선용하겠습니다.
나는 그동안 페북에 더조이유니언 후원 계좌 번호를 공지사항처럼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럴 비위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했다. 그랬다. 내가 엄정순 목사님께서 후원 계좌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셨던 카톡 내용을 사진 찍어 올려놨던 것이다. 거기에 우리 후원 계좌가 찍혀 있었다. 눈이 잘 띄지 않았을 터인데, 관심사가 눈을 밝혔기 때문이다.
더조이유니언 설립 취지 <너의 기쁨을 돕는 일>에 동참하게 된 김청미 시인은 우리 더조이유니언 감사인 김윤환 목사가 발행인인 계간 문예지 <생명과문학>의 회원이다. <<생명과문학>>은 우리 더조이유니언처럼 <작은 자의 신음에 감응>하려는 관심사가 동일하다. “그동안 <생명과 문학>은 편집과 필자, 독자가 함께, 작고 가난한 생명들에 대한 문학적 시각을 나누고 상생의 문화를 확산 시키는 문학의 예술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문예활동을 주창해 왔다.” 이같은 발행 취지에 동의하여, 김청미 님께서 생명 같은 물질 나눔으로 우리 사역에도 동참해 주셨다. 그렇다. 이 무연고자에 대한 물질 나눔은 약사 김청미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또 하나의 <<청미 처방전>>(천년의시작)이다. 제 살을 떼내어 준, <<청미 처방전>>에 감사를 드린다.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38.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39.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40.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25:37~40)
2023.09.02(토)
ㅇㅇㅇ
김청미 시인의 시집 <<청미 처방전>>(천년의시작)을 읽으며 쓴 글.
환자들과 눈을 마주치지 말 것, 이게 의료계의 수익 창출 제1비법이란다.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환자들의 호소에 기계적 응대만 해야 돈 벌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어느 양심적인 의사의 강의 내용 중 일부다. 맞다. 내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내과 의사도 나와 얼굴을 맞댄 적이 없었다. 모니터에게 일방적 지시를 했을 뿐이다.
오랜만에 한가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약사 김청미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다.
<<청미 처방전>>(천년의시작)
시인은 자기 약국에 찾아온 환자들과 눈을 맞추고, 빠짝 그 심사에 귀를 기울여 그네들의 애환을 자기 것 삼고 있다. 하여, 육화된 시어로 살림의 은유를 구사하며, 전인 건강 처방전을 만인에게 제시하고 있다.
시누이 시어머니 몽니에 속 끓이는 사정/민망스러워 입 밖으로 내지 않더니/말로 풀어야 없어지는 가슴앓이/봇물처럼 쏟아내던 날/채송화꽃처럼 연하디연한 마음/고래 심줄처럼 튼튼해지려면/얼마나 많은 탕약을 삼켜야 하나/쓰담 쓰담 함부로 뱉지 못한/가슴의 물꼬를 터준다(<청미 처방전> 부분)
시인은 소문난 점쟁이다.
어째 그라고 내 맘을 잘 아시오/어디가 똑각 부러지거나 터지거나,/그러면 여기가 아프다 헐 건디/꼭 집어 입원할 만치 아픈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니어서/참말로 뭐라고 말도 못 허고/눈치만 보고 있는디/점쟁이맹키로 내 맘을 딱 알아준께/병도 바로 나슬 거 같은디요(<점쟁이맹키로> 전문)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약사 김청미는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건, <<청미 처방전>>을 내놓았는데, 목사인 나는 내세울 심방전이 없다. 시집 제목 하나가 이렇게 나를 기죽인 경우는 처음이다.
시인 김청미는 자기 약국 손님 중 진상 손님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하고 있다.
컴퓨터에 메모한다.
빵모자 김—VIP (<기록> 부분)
나도 적잖은 VIP를 모시고 살았구나. 그 자들이 내 VIP였구나. 시와 삶이 하나인 경전이다.
<해남 생명과문학 문학 캠프>에서 혁명(?) 가요를 열창하던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집을 덮는다. 맘이 따뜻해졌다. 옥수수도 찰졌다.
2023.08.10(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