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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2 : 시 명절命切

2024.02.11 10:55

관리자 조회 수:126

5342시 명절命切 

 

장 보러 나섰다가
갈치 한 마리가 삼만 원이나 해서
빈손으로 돌아오셨다던
구순 노파의 골다공증을 앓는 심사가
포도 한 송이 가격표에
15,000원이라 쓰여 있기에
양안복시兩眼複視라서
1,500원을 잘 못 읽었나 싶어
한 눈을 부릅뜬 순간
내게 전이 되었다
'치'자가 붙어 있어 차례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비늘이 없어 세속에 찌든 비린내 풍기지만
구천 개의 미각 세포 중
구할을 잃은 구순 노파의 입맛에도 꼬습고
식감 연해 즐겨 찾았는데
마지막 남은 미각조차 달랠 수 없게 한
물가 고공 행진에 명命을 다한
고을고을
그 누구나 예외 없이
입맛만 다시던
균등한 가난으로 균일했던
고릿적 설날이 그립고
시류를 따라
빈부 갈라치는 생물 없던
호시절을 상기하는
당신의 심사 가난한
허허롭고 설운 이 날은
명절命切
2024.02.10(토) 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