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촛불문화제, 회원이 쓴 글이 '다음' 토론 베스트글이 되었습니다 추천 16000, 조회 24만, 댓글 2200
2008.05.15 15:33
번호 543469 2008.05.07
오늘 청문회를 보면서 어제나 오늘이나 정부의 답변은 실망스런 것이었습니다.
뭔가를 특별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는 답변뿐이었습니다.
보고서 조차도 제대로 검토않고 협상한 장관,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주장과 양심까지 바꿔야만 했던 관료들 ..... 죄송하다. 부끄럽다는 말은 역시나 오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얻은 수확이 있습니다.
오늘 청문회에서 왜 촛불시위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가를 증명하는 정확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명하달식의 천박한 관료주의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어제 기자회견과 오늘 국회 청문회를... 내용도 , 자료도, 사람도 비슷비슷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렇게도 기자무시, 국민무시 하던 답변자들이 오늘은 꿀먹은 벙어리양 변명과 살 길 찾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천하의 기자의 권력이 무섭다지만 그래도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만 못하나 봅니다. 어제는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오늘은 보고서 조차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실토하니...
이래서 우리는 촛불시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같은 높으신 분들한테는 쩔쩔 꼼짝 달싹 못하는 것이 꼭 곧 오줌이라도 쌀려는 꼴사나운 모양으로 빌빌 꼬고, 중학생이나 평범한 국민들은 만명이 모이든 십만이 모이든 무서울 것 하나도 없다는 국민주권을 무시한 저들의 무식한 관료주의가 온 국민을 미친소 먹고 죽기 전에 먼저 울화통 터져 죽게 만들어서 거리로 내몬 것 있습니다.
관료들의 국민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이런 작태에 의해서 어린학생들과 시민들은 억지로 떠밀려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시민들이 청문회하고 학생들이 청문회 할 수 있으면 왜 나가겠습니까?
그리고 국회의원들이든 관료들이든 청문회하고 공청회하고 국민들을 위해서 뭔가 설득력 있는 노력을 보였다면 왜 거리로 나갔겠습니까?
그러므로 촛불시위의 주동자들은 시민단체, 불순세력이 아니라 바로 청문회장에 나온 관료들이요, 현정부의 일방적인 정치행위 때문입니다. 이들은 국민에 대해서 사과하고, 시간과 국력소모와 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과 동시에 국민에게는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추진이라는 최소한 보상을 이후로 해야 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잖습니까?
쇠고기 파동있는 지금 슬그머니 공직자 재산 공개 해버리잖아요... 이런 기회주의적이고 음모적인 행위가 쇠고기 문제에 가려서 슬쩍쓸쩍 넘어가려는 것이 너무나 모욕적이고 저질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정책 하나하나가 국토를 자르고(대운하), 지역을 자르고(지역균등발전), 미래를 자르고(몰입식교육등 교육정책), 동네(뉴타운)와 회사(친기업이 아닌 기업편중정책)와 모든 것을 다 자르는 중요한 것들이니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대운하도 이렇게 하고, 한미 FTA도 도장찍고 잘못했다 하면 어떡합니까? 이번 한 번으로 끝냅시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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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etarian
2008.05.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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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2008.05.15 15:59
큰형 K 이야기
이 승 우(소설가)
K는 아버지가 살던 집을 헐고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 했다. 땅값을 제법 높게 쳐준다는 부동산 업자가 있었지만 그는 그 땅을 파는 대신 4층 건물을 지어 형제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 그에게는 동생이 세 명 있었다. 둘은 남자고 하나는 여자였다. 둘째와 셋째는 결혼을 했고, 막내는 아직 미혼이었다. 결혼한 동생들에게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 층씩 나눠 살면 동생들도 좋아할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장남인 그는 가족들을 위해서 그런 결정을 했고, 기초 공사가 진행될 무렵, 가족들을 불러 그 사실을 알게 했다. 동생들 부부는 물론 그들의 아이들까지 그가 가족을 위해 그런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동의하지는 않았다.
큰형의 결정에 시큰둥
가족들은 그걸 왜 그 혼자 결정했느냐고 투덜거렸다. K는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낡은 집을 헐고 그 터 위에 새 집을 지어 사이좋게 어울려 살기를 원했다고 전해줬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런 뜻을 비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그의 아내 말고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에, 공교롭게도 K와 K의 아내만 있는 자리에서 그 말을 했었다.
가족들은 시큰둥했다. K가 약간 언성을 높여서 자기 말을 믿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 하는 건 본질이 아니라는 게 가족들의 대답이었다. 그들은 집을 헐고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아버지의 말을 전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당황한 그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말했다. 내가 언제 가족들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한 적이 있는가, 지금껏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나의 모든 걸 바치지 않았는가, 그런 나를 믿지 못하는가, 내가 무슨 다른 마음이라도 품고 있다는 말인가 … 그는 가족들을 향해 섭섭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그들은 공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 장남인 K는 마음이 상해서 마음대로 해 보라고 소리치고 방을 나갔다.
며칠 후 동생들이 형을 찾아왔다. 그들은 아버지가 남기고 간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모든 식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K 앞에 내놓았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4층짜리 집을 새로 짓고, 네 형제가 한 층씩 나눠 살기로 했어요. 그리고 집 구조는 …”
K는 그들의 결정이 애초에 자기의 계획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뭐냐, 너희들? 그러나 그는 결국 자기와 똑같은 결정을 할 거면서 왜 자기를 그렇게 비난했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그 순간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달아졌기 때문이다.
4층짜리 건물을 지어 같이 산다는 내용은 같지만, 그러나 그것은 같은 결정이 아니었다. 보르헤스의 소설에 보면, <돈키호테>를 새로 쓰는 어떤 작가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작가는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쓰던 시절에 거쳤을 생각의 궤적과는 같을 수 없는 자기 시대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돈키호테를 쓴다. 그 결과 그가 쓴 소설은 세르반테스의 소설과 단어 하나, 쉼표 하나 다르지 않게 된다. 모든 문장이 똑같지만, 그가 쓴 소설이 세르반테스의 소설과 같은 소설이 아니라는 게 보르헤스가 하려는 말이다. 내용이 같지만 다른 것이다. 내용이 같지만 다른 소설인 것은, 창작된 과정에 작용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K는 자기의 기존의 결정과 가족들의 새로운 결정이 내용은 같지만,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해서 세상이 시끄럽다.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인터넷을 타고 빠르고 거세게 퍼져가고 있다. 되풀이되는 도심의 촛불시위에 이어 대통령 탄핵 성명까지 민심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광우병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근거 없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들끓는 여론은 확실히 좀 지나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여러 가지 분석과 해석이 가능하고, 또 그에 따라 마땅한 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들끓는 여론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가 깨닫는 것이 더 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 협상과정에 불만
협상 내용에도 문제가 있지만, 여론을 비등하게 한 것은 국민들의 의견을 배제시킨 채 진행된 일방적이고 오만한 협상 과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오직 가족들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충실한 가장인 내가 결정했으니 나를 믿고 내 결정에 따르라고 외치는 큰형의 목소리를 국민들은 들었던 것이다. 누가 해도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혼자 제멋대로인 큰형의 결정과 모든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설득한 다음의 결정이 같은 것일 수 없다. 여론이 모든 결정의 유일한 근거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결정은, 그 결정이 아무리 옳고 바르다고 해도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섬긴다는 것은 먼저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주인의 뜻을 아무리 잘 헤아리는 머슴이라도 주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제멋대로 행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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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님의 예리한 구조적 병폐에 대한 고발을 읽고 나니 내가 너무 개인주의적 이해타산에만 몰입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지네요.
동물학대가 가슴아팠지, 나는 이제 늙어 그 고기 실컷 먹어도 큰 손해 없겠다는 생각이 앞섰거든요.
그래, 대운하도 이렇게? 이번 한번으로 끝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