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병권 무거운 마음- 태안 바다를 갔었지요

2008.04.16 12:50

박병권 조회 수:642 추천:38

 어제 교인들 몇명과 함께 태안 바다에 갔다 왔습니다.

원유유출로 인한 기름범벅의 바다를 5개월 전에 보았지요

왠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한 듯한 마음으로 그간 지내왔습니다.

고난주간에 함께 금식기도하고 나서 드려진 헌금을 성금으로 사용키로 하였고

최소한 한 번만이라도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던 차 였습니다.

 가는 길은 마냥 행복했습니다.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4월의 산하는 어찌도 화사하던지요,

꽃의 만발, 군데 군데 진달래 벚꽃 배꽃 살구꽃 갖가지의 나무에서 피어난 꽃들로

아름답다 못해 처연한 느낌까지 들었답니다.

어떻게 이렇게도 마른 가지에서 화려한 빚깔을 만들었으며

4월이 이렇게도 빛나는 계절인것을 왜 그동안 몰랐었으며

이 꽃이 지는것이 우리네 인생의 눈물같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라는 곳이었습니다.

사전에 연락을 취하고 갔기에 의항교회의 목사님과 사모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맛있는 빵을 간식으로 받고, 방제 도구도 지급받고 함께 현장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잠깐 잠깐 스쳐보이는 바다가 너무도 맑고 절경이었습니다.

이곳이 태안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아하 하고 멋진 풍광을 정리했습니다.

현장은 동네에서도 테배라는 곳이더군요

동네분들 20여명이 먼저 일하고 있었습니다.

때가 밀물인지라 모래사장쪽에서 쉬고들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저 앞에 보이는 바위에서 기름을 퍼내었다고 하였습니다.

오후 나절에 물이 빠져야 다시 가서 작업을 해야하기에 잠시 쉬고 있었던 거지요

동네 주민들이 350명 정도인데 교인들이 80여명 된다하고,

저와 우리 교인들을 소개하는데 격의없이 다들 반겨주더군요.

저희야 대여섯명이 갔지만, 이제까지 수만명을 다녀갔겠지요.

이곳에서 한국교회 봉사단,  기독교희망연대팀이 캠프를 치고 봉사를 해왔답니다.

요즘은 평일은 한적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2-3백명씩 일한다고 합니다. '

 

기름덩어리는 없지만 백사장에 띠를 이룬 굴껍데기 조개껍데기에서 기름덩어리를 주었습니다.

타르라고 하데요. 검고 말랑말랑한 덩어리를 통에 담고 기름이 차있는 껍데기들을 주었습니다.

멀리서는 몰랐는데 앉아서 이 일하는데 기름냄새가 역하게 풍겨옵니다.

뒤척이면서 줍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더니 호미로 모래와 작은 돌들을 뒤척입니다.

순간 돌덩이 밑에서 몽글몽글 기름이 군데 군데 뭉쳐있고 돌이며자갈이며 모래가 기름에 젖어 있습니다.

천조각으로 기름 닦고 모래 푸고 하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급받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해서인지 냄새가 더 심해지더군요

우리야 잠깐 서너시간 일하고 가는데

이곳의 주민들은 이 일을 5개월째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짜안해 졌습니다.

 한 시간 일하였는데 점심을 먹으라 합니다.

떡국을 주더군요,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금 더 먹었으면 했는데 부족한 듯도 하고, 염치없어 보인다 싶어 그만두고,

먹고나서 바로 또 일했습니다.  2시반까지 , 도합 3시간 일했습니다.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가면서 철수하고 우리들은 백사장에서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차에 올라 돌아오는데 서로들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가기에 이 현장에 할 일이 아직도 많이 있어서 인가요,

오염된 바다를 보니 괜스리 화가 나서인가요?

체면 치레만 하고 가는 게 부끄러워서 인가요.

제 마음도 참 무거워졌습니다.

자연의 파괴, 남해바다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와 백사장에 바닥에는 기름이 가라앉고 고기도 잡을 수 없고,

굴, 전복등 양식도 할 수 없고,  생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안타깝고,

멀리 보이는 바다를 오가는 유조선이 보이면서, 사고를 낸 대기업은 해명도, 사과도, 보상조치도 없고

행정당국의 미온적인 처사로 인해 주민들은 불만에 차 있고 ,

이렇게 훼손된 자연은 언제쯤 복구될 수 있을 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바닷가 어디에나 있는 다리많이 달린 벌레, 작은 곤충들, 게들, 그리고 갈매기가 없는 바다.

도대체 언제쯤 다시 이곳에서 원래의 생명력을  확인하게 될까요.

 

자원봉사로 얻은 레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만큼 온전한 것이 없고 인간은 자연 이상을 만들 수 없다.

개발하고 개조하고 변형시키기 보다, 원래대로 유지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이 좋다.

인간의 탐욕과 나태와 무지가  더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

역시 사람을 위로하고 살 맛나게 하는 일도 사람이 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겸손한 섬김이 하나님 나라의 소중한 실현이다.

꾸준히 자원봉사하면서 지속적으로 복구작업을 도와야겠다 등등등

 

그래도 삶은 즐겨야 하는 것이기에,

대호방조제 근처의 왜목항에 들러서 제철인 쭈구미와 실치를 먹어주고,

- 샤브샤브로 먹었는데 쭈꾸미 머리의 밥알, 먹물 칼국수, 실치 무침이 일품이었습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7-22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