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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2008.05.03 06:02

영목 조회 수:870 추천:32

정호승

수선화에게/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 대구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1972.동시) '대한일보' 신춘문예(1973.시) '조선일보' 신춘문예(1982.단편소설)로 등단. 시집으로 '슬픔이 슬픔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및 다수 시집과 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에코라는 이름의 숲 속의 님프가 제우스를 찾는 헤라에게
 시간을 끌려고 수다를 떨다가 헤라의 분노를 사서 남보다 먼저 말할 수 없고
 남이 먼저 말하면 그걸 따라할 수밖에 없는 저주에 걸립니다.
 그 숲에 자주 사냥을 오는 나르시스라는 아주 잘생긴 청년이 있었는데
 에코가 그를 사모해서 마음을 그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나르시스는 차갑게 에코를 거절합니다.
 먼저 말할 수 없었던 에코는 결국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동굴에 박혀 나오질 않다가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됩니다.
 이 때문에 에코의 친구들인 숲 속의 님프들이 화가 나서 복수의 여신 에리스에게 찾아가
 나르시스에게 에코의 복수를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어느 날, 나르시스는 사냥을 하다가 연못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머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물에 비친 자기 모습만 바라보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수선화입니다.
 그래서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 사랑'입니다.


수선화 꽃말 - 자기사랑, 자존심, 고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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