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가을, 빗방울꽃 / 김혜경

2008.05.09 19:05

영목 조회 수:2381 추천:56

김혜경

가을, 빗방울꽃 / 김혜경

 


어머니 몸 속에선 비 냄새가 나요 황톳빛 마당 싸리 빗자루 쓸고 간 얼굴 또드락 구르는 빗방울꽃 본 적 있으세요 코스모스 꽃잎 바람과 내통할 때 찰랑거리는 하늘이 가을냄새 내는 하청면 칠천도 장곶마을 아세요 모래알 같은 꿈들 바닷바람에 녹슬지 않기를 비는 어부의 딸을 아실는지요 세월의 아궁이에 여전히 불 지피는 어머니 손에서 낙엽 남새가 풍겨와요 언젠가 물푸레나뭇잎 보며 <이게 무슨 나무의 잎일까> 의문을 가졌지요 왜 나무들은 뜨거운 마음을 가을에만 들키는 것일까 단풍나무에 붉은 감이 열리면 무슨 열매가 될까 심각한 일들을 궁금해했던 적이 제게도 있었지요 애야, 통통한 공기마저 누렇게 익는 가을이면 나무들은 서로 볼 비비며 낙엽을 고향으로 보낸단다 예전에 왔던 황톳빛 세상 아, 어머니 당신도 당신이 떠나온 곳으로 가기 위해 제게 웃음을 부벼 주셨는지요 비가 오면 빗방울꽃 꽃술 속에서 어머니 냄새가 나요.

 

 

 김혜경 시인

 1967  경남 거제에서 출생하였으며  2000년 「평화신문&카톨릭」 문예공모 동화당선,  2005년 「시와시학」 가을문예에 '전어' 4편으로 당선되어 등단했다현재 울산작가회의 사무차장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 시 읽기>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2] 조프리 2007.12.21 2867
33 시간의 동공 영목 2008.05.03 1175
32 산마을엔 보름달이 뜨잖니 영목 2008.05.03 948
31 그리운 옛집 영목 2008.05.03 704
30 어둠의 단애 영목 2008.05.03 943
29 영목 2008.05.03 741
28 6월 영목 2008.05.03 635
27 나뭇잎의 말 영목 2008.05.03 615
26 서쪽이 없다 영목 2008.05.03 698
25 가방, 혹은 여자 영목 2008.05.03 1331
24 '톡 톡' 영목 2008.05.03 630
23 수선화에게 영목 2008.05.03 870
22 플라타너스 영목 2008.05.03 694
21 (이하 외로움과 소외의 시)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영목 2008.05.03 1120
20 십자가 강요셉 2008.05.04 598
19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영목 2008.05.09 2146
18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영목 2008.05.09 2595
17 침몰하는 저녁 영목 2008.05.09 2180
» 가을, 빗방울꽃 / 김혜경 영목 2008.05.09 2381
15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영목 2008.05.09 2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