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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3: 호치민 세상 16/05/31

2017.06.01 07:07

김성찬 조회 수:29

2323:
2016.05.31

새까만 썬글라스를 장착 했는데도
맨 안경을 쓴 것 같다며
우리 일행 중 과학도 한 분이
고개를 절래절레 저으며
남국의 자외선이 너무 강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자외선 경보 지역이라서
유색 렌즈 착용이 필수라는 정보를 공유한 
우리들은
그 누구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흑 안대를 두르고 있다

세상이 죄다 
까맣다

세상은, 사람은, 인종은
그 누구도 차별 없이 평등함을 깨우쳐 주는 
호치민* 세상을

자외선의 무력 시위 앞에서
자원하여 색맹이 된 연후에서야
나는 
깨닫는다

눈뜨고는 
차별공화국인 컬러풀한 코스메틱 세상을 
결코
직시할 수가 없다

헌데 
흑백이 연출한 세상이
외려
내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극명해지는
몸으로만 산다는 것이

애처롭다

저녁에 맛사지를 받으러 나서는 
일행들의 틈에서
나는
살며시 빠져나왔다

몸팔아 연명하는 몸에 몸을 맡길 몸맘이 
도저히 없었기에

누가 그런다
그들의 일이야, 일. 직장을 잃어
당신 같은 사람만 있으면

상호 몸 보시하는 건데, 안 그래?

그랬어도, 나는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하고 홀로 드러누워 허공에 끼적인다

이밤 인연을 맺지 못한 맛사지 콩 가이co gai 에게
메콩나루 근육질 팔뚝 된 처자 보트 피플에게
하루 두 렙돈을 벌기 위해 자동화 되어버린 진종일 쉼없는 손재롱에게

6인승이 힘겨운 흰말에게

구만리를 실어다 준 비행기에게

제각각의 슬픔의 길을** 
밤낮없이 
눈물로 오가는
작은 예수들에게

구원사의 배역
나의 베로니카***의 
찐한 맛사지를
따로 따로
선사하고 싶다고

💦💦💦💦💦💦💦
* 호치민-깨우치는 자,란 뜻.
** 비아돌로로사 sorrowful road.
*** 베로니카-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그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아 준 여인.

2016.05.31(Tues.) 미드나??/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