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111:
2016.02.28

파킨슨 씨 요양병동에서
-추모 故 이경숙 권사님 별세 1주기에 부쳐-

다 덜어내고 
한 줄로 다시 정리하려드는 
시구(詩句)처럼 

전생(全生) 속수무책이었던 이력(履歷)을 
말 줄이고 행간 압축시켜 
한 획으로 응축시켜 놓은 
수족 묶인 일목요연(一目瞭然)한 
저 병상에서 

굳히기에 들어 선 겨울 덕장의 동태처럼 
뻣뻣해져가는 육필(肉筆)로 
회고하기조차 싫은 끔찍했던 한 생을 
몸서리치며 필사해대는
저 필경사

혀 마른 발성이 가뭄을 탄다 
홀로 갈급한 혀를 지닌 
저 오아시스.  

단지 
발그스름 
심야처럼 귀만 더 밝아져 가는 
저 석양 노을 

다가서서 머리에 손을 댄다 

간병인이 다가와 이불 개키듯 말아 세운다

파노라마처럼 물결치는 주름살로 
한 걸음 내딛기가 첫 걸음마 떼기보다 어려운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펼치며 
붉어지는 눈시울 

터져 흐르는 마지막 염원 
혀 마른 외마디 접신(接神) 
주~여, 

차라리 눈멀고 귀먹었으면 
좋겠네, 좋겠어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6-03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