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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일기 593: 아노덴(ανωθεν), 그 위에서 오는(from above) 신생(新生) Ⅱ
2010.10.17(주일)

소설적 상상은 내일의 현실이다. 이는 명제(命題)다. 명제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하여 진술하는 한에 있어서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 있는 명제가 오늘의 현실이 됐다. 무슨 말인가?

폴 갈리코의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상상이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실현됐다. 소설이, 영화가 현실이 됐다. 그 명제가 참이었다.

폴 갈리코의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뒤집힌 초호화 여객선 내부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인간들이 이야기다. 스콧 신부를 앞장 세워 뒤집힌 배 밑창을 천정삼아 탈출을 시도하던 인간군상의 구원 희구를 다룬 소설이다. 나는 그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노덴’(ανωθεν) - 위에서(from above) 내리는 신생(新生)’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홈피 목회와 신학-온전한 복음 지키기) 영화화 된 그 소설이 말하고자 한 것은 결론은 이것이었다.

“삶이 저 위에 있어요. 위만 봐요, 위만!”

“오 하나님! 밖에 누가 있어! 위에, 정말 누가 있어!!”


여기는 칠레 산호세 광산. 지난 10월 13일 오후 9시 56분(현지시각) 캡틴 루이스 우르수아가 무려 69일간 매몰됐던 33명의 광부 중 마지막으로, 첫 구조 후 22시간 만에 구조 캡슐 피닉스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가 지상에 발을 디딘 순간, 매몰 광부 33명의 생존 드라마는 기적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는 지난 8월 5일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갱도에 갇혔던, 광부 33인의 생환사건의 결말이다. 이 사건은 소설 같은, 영화 같은 감동 실화였다.

그 극적인 반전은 지구촌 사람들이 그들의 생사여부를 알지 못해 절망에 빠져 있다가, 17일 만에 극적으로 그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반전에 칠레 국민들과 온 지구촌 사람들이 환호작약했다. 그리고 전(全) 지구적 과학적 첨단 기술과 장비들을 동원하여 인류는 그들의 구출에 전력을 경주했다. 그 결과 그들 33인 전원은 622m 지하갱도에서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탐침봉으로 광부들을 찾아낸 한 지형학자는, 그 사건은 75%의 과학과 25%의 기적이 이룬 쾌거였다고 말했다. 지하에 갇혀 있던 그들을 탐침봉을 찔러 찾아낸 것은, 마치 622m 밖에 있는 모기를 맞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나는 ‘포세이돈 어드벤처’라는 소설의 상상이 오늘의 현실 된 생생한 화면을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했다. 그랬다. 구원은 밖에서 왔다. 위로부터 왔다. 마지막 천정을 뚫고 들어오던 구원의 빛이 우리에게 '신생(新生)은, 구원(救援)은 어디서 오는가’를 분명히 암시하고 있었다. 신생(新生)은 결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밖’에서, ‘위에서’ 왔다.

그러나 인간들이 그 불가항력적인 위기 속에서 숨죽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 결 같이 살아남아 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경우, 뒤집힌 배 속에는 생존자가 단 여섯 명 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소리 없이 밀려드는 물살의 공포와 위용 속에서도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들은 천정된 뒤집힌 배의 밑창을 향해 사력을 다해 기어 올랐다. 그러다가 발견한 최종 관문을 눈앞에 두고, 돌연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증기와 맞서게 된다. 그 뜨거운 증기를 차단하고자, 그 분사구(噴射口) 벨브에 뛰어 올라 힘겹게 매달린 채 벨브를 제어(制馭)하면서, 스콧(Scott)목사는 이렇게 절규한다.

“우리 힘으로 했습니다. 당신(하나님)의 도움 없이 말입니다. 등만 돌리지 마십시오. 우리를 내버려 두십시오.” 그러다 그는 끝내 탈진하여 뜨거운 기름 탱크로 떨어져 죽고 만다. 우린 그 죽음의 물살을 역류하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던 정열의 화신(化身), 스콧(Scott)목사의 행동하는 양심에 찬사를 보냈었다. 그러나 그의 인본주의적 의지와 노력은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지하 622m에 갇혔던 이들 중 일부가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절망 속에서, 독자적으로 터널을 파서 탈출을 시도하려 했었다는 기사를 대했다. 순간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랬다. 그 무지한 만용과 그 무망한 허세에 대해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는 마치 스콧(Scott)목사가 “여러분 안에 있는 하나님께 기도 하십시오. 내 안의 하나님께. 하나님은 노력하는 자를 사랑 하십니다. 하나님은 바쁘신 분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인간을 개인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라고 오만을 떨던 장면이 오버랩 되어 왔기 때문이다.

나에게 신학적 영감을 생생하게 보여준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 그런데 바로 그 문학적 상상력이 금년 여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에서 실현된 것이다. 하여, 나는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갱도에 갇혀있던 33인의 광부들을 구출해 내는 장면을 보면서 다시금 동일한 신학적 영감을 얻었다. 그랬다. 구원은 밖에서 오는 것이다. 신생은 ‘위로부터 남,’ ‘아노덴’(ανωθεν)-‘from above’다. 캡슐 피닉스는 위로부터 임하는 불사조다. 그 과학적 산물이 신학적 영감을 선사했다.

위로부터 오신 이가 구원의 주님이시다. 땅에서 구원이 생산될 수 없다. 땅에 묻힌 자 땅을 짚고 일어설 수 없다. 땅에서 넘어진 자 하늘을 붙잡고 일어서야 한다. 그들은 말했다. “땅 밑에서 나는 하나님의 손을 잡았다.”

위에서 임한 구원으로 생환한 33인은 위로부터 임한 구원의 징표인, 탐침봉을 발견하지 전까지인 17일간 극심한 절망과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칠레 광부들이 전한 ‘악몽’은 이렇다. “우리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3개 그룹으로 나뉘어 다퉜고,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구조자들과 접촉하기 전까지 모두 극심한 공포와 절망에 빠져 있었다.” “24시간마다 참치를 조금 먹었을 뿐, 다른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악이 상황에서 식인에 대해 두렵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비아로엘은 “당시 아무도 그것(식인)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구조대와 접촉한 후 농담거리가 되긴 했다고”고 회고했다.

그랬던 그들이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 누군가 힘들 때 동료들이 옆에서 그를 도왔다”고 말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그들이 구원의 빛을 확인한 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그 구원의 희망 속에서 질서를, 희생을, 양보를, 배려를 잉태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예배가 가능해졌다. 이것이 구원 이전과 구원 이후의 삶의 실체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은 그렇게 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래서 우리의 화평이시다. 우리가 오늘 모여 예배드릴 수 있는 까닭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구원을 목격하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우리 안에 그 구원의 빛이 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음도, 우리가 이미 구원을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성도의 공동생활은 그 빛 안에서 가능했다.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행4:32).” 주 예수의 부활은 핍절한 사람이 하나 없는 공동생활로 초대교회 성도들을 이끌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빛 안에 있는 참 소망을 공유하며 동고동락했던 칠레 광부 33인은, 방송 ․ 책 ․ 영화 등 수익금을 33인이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다고 한다. 어둠을 함께 밝힌 동료애가 지상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이 땅에서 그 부활생명의 소망 안에서 이룬 모든 것을 함께 나눈 공동생활의 기풍이 저 하늘에서는 해같이 빛날 것이다.

그러나 그 막장에서 그들이 구원의 빛만 본 것이 아니다. “(땅 밑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 악마도 함께 있었다.” 그래 악마도 함께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긴장해야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승리했다. “그들은 싸웠고, 하나님이 이겼다. 나는 하나님의 손을 잡았다. 구조될 것을 확신했다.”(두 번째 구출된 마리오 세불베다)

오늘 우리 지구촌 사람들은 그들의 생환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박수를 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불사조라는 캡슐을 타고 구출작전이 완료되는 22시간 동안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상으로 나올 때마다 지구촌이 흔들렸다. 칠레 작가 아르투호 폰타이네는 “오늘 밤 칠레에선 태양과 모든 별까지 사랑에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고 읊조렸다. 한 사람의 존엄성을 다시 보는 진한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그들은 과연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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